조국 전 민정수석은 재임 때 '스타'였다. 청와대 인근 식당이라도 가려면 그를 알아본 사람들의 '셀카' 요청에 시달렸다. 50m 움직이는 데 5분 걸렸다. 반면 후임자인 김조원 민정수석은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재임 기간 무명(無名)에 가까웠던 그가 다주택 문제로 갑자기 유명인이 됐다.

민정수석은 음지에서 권력 주변을 감시하고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김 전 수석은 서울 강남과 송파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처분하라는 명까지 어기며 스스로 유명해졌다. 부동산 정책 실패 '희생양'을 찾던 여권(與圈)은 그를 '몰염치한 다주택 공직자'로 만들어 패대기쳤다. 한 여당 의원은 그의 '개인 가정사'를 꺼냈고, 다른 야당 의원은 "재혼도 했다"며 거들었다. 인터넷 클릭 수는 폭증했고 댓글은 풍년이었다. "나는 재혼하지 않았다. 가정이 파탄 나게 생겼다"고 해명까지 했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살아온 이력을 보면 쏟아지는 비난이 타당한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난한 농가의 5남매 중 장남인 김 전 수석은 학비가 없어 지방대에 장학금을 받고 다녔고 대학 3학년 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흙수저' 출신이다. 평생을 감사원 공무원으로 지낸 그가 부정한 방법으로 강남 다주택 소유자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 시대의 보통 공무원이나 회사원처럼 월급을 모아 내 집 사고, 더 큰 집으로 옮겨 타면서 노후를 대비했을 것이다.

김 전 수석은 감사원에서 노무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발탁된 후 공직자 인사 검증을 해왔다. 그는 2016년 한 인터뷰에서 "국적 세탁과 위장 전입, 성추행, 뇌물 수수, 음주 운전 등을 검증 리스트에 포함했다"며 "당사자들이 억울하더라도 검증 기준에 해당하면 예외 없이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공직 검증 전문가였다.

사실 김 수석이 "1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방침에 반발한다는 말은 올해 초부터 들려왔다. 말 없는 그가 청와대 회의에서 수석급 참모와 언쟁했다는 말도 들렸다. 공직자 검증 전문가인 김 전 수석이 보기에도 청와대가 주도해 공직 사회로 번진 '다주택자 때려잡기'와 '다주택 처분 쇼'가 부당했다는 이야기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던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도 정작 자기 집을 팔려다가 아내와 싸우고, 양도세·증여세 폭탄에 뒷목을 잡았다. "나는 누구이고 지금 뭐 하는 건가" 땅을 쳤을 것이다. 부동산 문제의 원인을 정책 실패에서 찾지 않고 다주택자에 대한 화풀이로 해결하겠다는 광풍 속에서 김조원 전 수석은 소신인지, 말 못 할 사정인지 설명도 없이 쓸쓸하게 청와대 문을 나섰다.

김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끔 개인적으로 술잔을 나눌 만큼 신뢰하는 참모였다. 그 역시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로 단식투쟁을 할 때 남몰래 찾아가 위로하고 돌아갈 만큼 대통령을 존경했다. 대통령은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을 알아도 되는 사람을 민정수석에 앉힌다. 김조원은 그런 사람이다.

김 수석 잘못은 강남 아파트 2채 중 한 채를 팔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렇게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참모라면 부동산 폭등 문제는 다주택자에 대한 화풀이가 아니라 올바른 부동산 정책으로 풀라고 직언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며 "2주택을 처분했다"고 자랑하는 부조리극을 그만두라고 해야 한다. '민정수석 김조원'의 진짜 잘못은 권력을 감시하라는 말을 믿었던 검찰과 감사원을 흔드는 대통령에게 "이제 폭주를 멈춰야 한다"고 말하지 못한 데 있다.

정우상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