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의 화웨이가 미국 기술 없이 자체 반도체 생산에 나섰다. 미 제재로 대만의 TSMC를 통한 반도체 위탁 생산도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스스로 자립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증권시보 등 중국 매체는 13일(현지시각) 화웨이가 중국 기업과 협력을 체결해 미국 기술이 완전히 필요없는 45나노미터 반도체 칩 생산 준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45나노미터 반도체 칩 생산라인을 올해 안으로 완공하고 28나노 반도체 칩 생산라인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를 내부적으로 ‘다산 프로젝트’라 이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산이라는 이름은 중국 내 항일 전쟁 이후 벌어진 중요 내전 전투지 중 한 곳의 지명을 따왔다. 다산은 랴오시·선양 전투(랴오선전투)에서 동북야전군이 국민당에 방어 작전을 펼쳤던 곳이다. 당시 동북야전군은 국민당에게 밀렸지만 다산의 지리적 이점 덕분에 승기를 거머쥐었다. 화웨이가 자국 기업들과 연대해 반도체 자급자족을 이룩하고 미국의 제재를 버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45나노 반도체부터 자체 생산 시작
화웨이가 자체 생산에 나서는 45나노미터 반도체는 기술적으로 보면 세계 시장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현재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5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 중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자체 생산에 나서는 이유는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한 장기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증권시보는 “미국 제제 등에 대응해 화웨이가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소재, 소재 생산 제조, 가공, 반도체 제조 등 각각의 반도체 생산 연관 공정 체제를 구축해 반도체 기술의 전면 자급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화웨이 소비자업무 담당 위청둥 CEO는 “반도체를 전면적으로 장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도체 독립 의사를 비친 것이다.
◇화웨이, 반도체 자급자족 이룰 수 있을까
45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 자체는 사실 별 거 아니다. 하지만 IT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자체 칩 생산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변수라고 본다. 그동안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모바일 AP를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맡겨 위탁생산했다. 이를 통해 고성능 기린칩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미국 기업이 만든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제작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납품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면서, 화웨이가 대만의 TSMC에게서 더는 칩을 받지 못하게 됐다. 반도체 제작에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미국 회사의 반도체 장비가 필수적이다. 화웨이는 대신 대만의 미디어텍이 설계한 ‘디멘시티’ AP를 확대 공급받기로 했다. 이와 함께 화웨이는 자체적으로 생산에 나서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화웨이를 주목하고 있다.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이미 반도체 설계 능력을 검증받고, 올 상반기 전 세계 반도체 업체 중 매출 10위에 올랐다.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의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파운드리 SMIC 등과 기술 제휴를 맺는다면 10나노대 중반 반도체 생산까지는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세계 최정상급 반도체 생산까지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7나노 이하 반도체 공정에는 ASML 등이 만드는 EUV(극자외선) 장비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제재로 이러한 장비의 공급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가 10나노대 이하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