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시의 도시 사업 계획을 미리 입수해 차명(借名)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혜원 전 국회의원이 12일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사건을 '중대 비리'로 규정했고, 손 전 의원에 대해서는 "개전(改悛·뉘우침)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손 전 의원의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다만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 구속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손 전 의원과 함께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로 기소된 보좌관 조모씨에겐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웃으며 들어가 나올 땐 심각 - 마스크를 쓴 손혜원 전 의원이 12일 오후 여유롭게 웃으며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손 전 의원은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들어올 때와 전혀 다른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손 전 의원은 2017년 5월 본인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시절, 목포에 5년간 50조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파악한 뒤 본인의 조카와 지인 등의 명의로 목포에 총 14억원 상당의 부동산 26필지를 매입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목포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조카 명의로 불법 차명 보유한 혐의도 있었다. 검찰은 지난 6월 손 전 의원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그간 손 전 의원은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날 선고를 앞두고 법원 건물로 들어올 때에도 그는 지지자들과 웃으며 포옹하는 등 여유로웠다.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손 전 의원은 작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에 관해 "손혜원 마녀 만들기"라며 "법정에서 결백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박 부장판사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이 사건 범행은 우리 사회에서 시정되어야 할 중대한 비리"라며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손 전 의원은 작년 1월에는 "(창성장 등이 차명 보유가 아니라는 데) 재산을 모두 걸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직도 사퇴하겠다. 목숨을 내놓으라면 그것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는 이날 "피고인 손혜원 등이 실(實)권리자로서 해당 부동산(창성장)을 타인들 명의로 매수해 그들 명의로 등기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며 창성장을 국가가 몰수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손 전 의원이 2017년 5~12월 조카와 지인 등 명의로 매입한 부동산(토지 기준 8필지)에 대해 "부패방지법 위반"이라고 봤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 전 의원은 실형이 선고되자 말없이 법원을 떠났다. 그러더니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인 유죄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법원에서 유죄로 판결이 나면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했던 손 전 의원은 작년 "저는 제 재산이 더 이상 증식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까지 말했다. 올해 3월 공시된 그의 재산은 46억3583만원이었다. 땅이 13억1975만원어치, 건물이 22억792만원어치였다. 골동품과 예술품은 28억1800만원이었다.

작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손 전 의원 사건 수사를 총괄했던 김범기 당시 2차장검사는 손 전 의원을 기소한 뒤 올초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일선 수사 업무에서 배제된 좌천성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