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2일 수해 대책 고위 당·정·청(黨政靑) 회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고 말했다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로부터 '시의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적 폭우로 인해 민심이 뒤숭숭한 상황인데, 정부와 청와대가 경제 관련 '자화자찬'만 하자 이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수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전날 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한 것을 언급하면서 "코로나 방역과 경제 위기 대응에 힘을 모아준 국민 덕분에 OECD가 우리나라를 국경·지역 봉쇄 없이 방역에 가장 성공한 모범국가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즉시 이 내용을 소개한 데 이어, 김 실장도 국회에서 재차 '홍보'에 나선 모양새였다.

회의가 비공개로 바뀐 뒤 이 대표는 "수해 복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데, 여기서 경제성장률 홍보를 하면 안 되지 않느냐"는 취지로 김 실장을 질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특별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김 실장이 자리에 맞지 않는 얘기를 뜬금없이 꺼냈고, 이 대표가 이를 꾸짖은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 '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 : 방역 성공과 경제 선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OECD 회원국 성장률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고 썼다. 이날 오전엔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글을 공유했다. 부동산 폭등으로 민심이 싸늘해지자 정부와 청와대가 OECD 지표를 토대로 홍보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여당 내에선 "지금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도 적지 않다. 민주당 한 의원은 "통계야 맞겠지만, 지금 민심이 심상치 않은데 이를 잘못 읽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