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고의 고교야구선수권 첫 우승은 '2학년 투수 스리 박(朴)'이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을 나눠 썼다. 박상언이 결승전 선발 투수로 나섰고, 박태강이 2회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아 7회까지 지켰다. 박정민은 8회 등판해 광주동성고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을 매조졌다. 대개 3학년이 주연인 전국 대회에서 이례적인 활약이다. 특히 박태강과 박정민은 결승이 비로 하루 미뤄지면서 투구제한 규정에서 벗어나 이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장충고의 우승을 이끈 2학년 투수 트리오 박정민(왼쪽부터), 박태강, 박상언.

결승전을 포함해 이번 대회 2승을 거두며 우수투수상을 받은 박태강은 '야구 4부자(父子)'의 막내다. 그는 "우리 가족이 청룡기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는 쌍방울 레이더스 외야수였던 박상수 전 충주성심학교 감독(현 학동초 감독)이고, 큰형(박태양·23)과 둘째 형(박태산·22)도 야구 선수다. 아버지는 군산상고 재학 시절 청룡기 준우승, 큰형은 배명고 재학 시절 청룡기 4강까지 올랐다. 그리고 올해 막내는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박태강은 "아버지와 형들이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고 응원해줬다"며 "여덟 살 때부터 투수를 해 제구는 자신 있었다. 주말리그에서 실점 위기마다 등판해 틀어막는 훈련을 해온 경험이 있어 오늘도 차분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스리 박'은 "서로를 믿기에 패배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생애 첫 전국대회 결승전 선발로 나섰던 박상언과 8회 무사 만루 위기에 올라와 불을 껐던 박정민은 "설령 내가 못 해도 친구가 해결해줄 걸 알기에 부담 없이 던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겨울 체중 늘리고 체력을 다져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3학년이 되는 내년도 기대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