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이동재(구속) 전 채널A 기자를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의 주요 내용 대부분은 관련 음성 파일과 녹취록들을 근거로 했다.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 백모 채널A 기자가 나눈 '부산고검 대화 녹취록'(2월 13일), 이 전 기자와 '제보자 X' 지모씨 간의 녹취록 등이다. 그러나 다수의 법조인은 "수사팀이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를 적시 못 하면서도 '공모'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녹취록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23쪽에 걸쳐 담았다"고 지적했다.

◇"순서 바꾸고 한동훈 유리한 내용 배제"

본지가 입수한 이번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 만남에서 "백모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 가족부터 지금 찾으려 하고 있다. 와이프만 걸려도 될 텐데'라는 취지로 말하자 한○○(한동훈)은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공개된 부산고검 녹취록 및 음성 파일을 보면, 이는 대화 순서를 뒤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기자 측 주진우 변호사는 "한 검사장의 '한두 개 걸리면 된다'는 말은 이 전 기자의 '교도소(이철 전 대표)에 편지를 썼다'는 말에 대한 응대였는데 엉뚱한 곳에 갖다 붙였다"고 했다. 채널A 기자들의 취재 계획에 한 검사장이 적극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악마의 편집'을 했다는 반박이었다. 그 대화 직후 한 검사장은 "어디 계신 거예요? 지금 (부산에서) 어디에 계시냐"며 자리를 정리하려 했으며,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한 것도 '의례적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또 공소장에선 한 검사장이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관심 없다" "(신라젠 사건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다중(多重)으로 준 것"이라고 한 부분은 모두 생략됐다. 법조인들은 "한 검사장 공모 의혹과 배치되는 내용은 의도적으로 뺀 것 같다"고 했다. 당시 한 검사장이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그 사람 (이제) 정치인도 아니지 않으냐"라고 한 것도 마찬가지로 배제됐다.

수사팀이 실제론 있지도 않은 '대화'를 공소장에 포함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소장엔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 아내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한 검사장은 '그것은 나 같아도 그렇게 한다'란 취지로 대답했다"고 적혀 있다. 주 변호사는 "실제 그 말을 했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음성 파일상 그런 부분은 식별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녹취록엔 누락된 내용"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재판에서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1월부터 3월까지 한 검사장과 통화 15회, 보이스톡 3회, 카카오톡 등 327회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했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한 검사장 측은 "사회적 이슈가 나오면 이 전 기자가 카카오톡으로 기사 링크를 보내주고 코멘트를 듣는 식이었고, 각자 카톡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1회로 계산해 횟수도 별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檢 공소 내용 유출 의혹

공소장에 담긴 검찰의 공소 요지는 이미 지난 7월 20일 MBC가 보도한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검찰 일각에선 "수사팀이 스모킹 건(핵심 증거)이 없는 상태에서 피의 사실을 친여 매체에 유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는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 측을 압박해서 유시민의 범죄 정보를 얻으려 한다'며 취재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말을 한 것으로 검찰 수사팀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 공소장이 공개된 배경에 대해선 "추미애 법무장관이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을 계기로 공소장 공개를 막았는데 어느 경로로 흘러나왔는지 의문"이란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