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한국야구위원회)가 11일 실행위원회(단장 회의)를 열어 오는 25일부터 더블헤더(하루 2경기)를 다시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비 때문에 취소된 경기가 예상보다 많아지자 내린 고육지책이다. 당초 7~8월 혹서기를 피해 9월 1일부터 더블헤더를 다시 열기로 했는데, 시행을 일주일 앞당긴 것이다.

KBO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막이 한 달가량 늦어졌음에도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 등으로 팀당 144경기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올여름 유례없이 긴 장마라는 복병을 만났다. 8월 1일부터 11일까지 5경기가 모두 치러진 날은 이틀뿐이었다. 8월 3일(2경기), 10일(3경기) 등 월요일에 예정됐던 경기도 모두 비로 열리지 못했다.

팀마다 차이도 크다. 비가 와도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고척스카이돔을 홈 구장으로 쓰는 키움은 11일 현재 82경기를 치렀다. 반면 롯데는 74경기만 소화했다.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NC와 롯데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일정이 계속 미뤄지자 팬들은 “9위 SK와 10위 한화도 충분히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겨울 야구’가 될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가을 야구는 정규리그를 마치고 10월 무렵 막을 올리는 포스트 시즌을 뜻하지만, 올해는 일정이 늦춰져 모든 구단이 가을까지 야구를 할 가능성이 커져 이런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혹서기 더블헤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10일 “애초 KBO가 장마를 고려해 경기 일정을 짰어야 했다”며 “혹서기에 더블헤더를 시행하면 경기의 질이 나빠지고 선수들 부상 위험이 커진다”고 반대했다. LG 류중일 감독도 11일 “한여름 더블헤더는 선수들에게 힘들고 부상 위험도 있어 걱정된다”며 “경기 수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장마는 막바지 순위 싸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즌 후반 포스트 시즌 진출이 어려워진 하위팀은 잔여 경기에서 보통 유망주로 라인업을 구성하므로 승패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위인 키움 손혁 감독은 “경기를 먼저 많이 치러두면 시즌 후반 일정이 여유 있어 좋은 투수를 경기에 많이 투입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현재 상황에서 일정이 더 밀릴 경우 시즌 축소 카드가 검토될 수도 있다. 팀 간 맞대결 수를 16차전(홈·원정 8경기씩)에서 14차전(홈·원정 7경기씩)으로 축소해 팀 경기 수를 144경기에서 126경기로 줄이자는 얘기가 이미 시즌 전 거론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