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이 ‘피곤한 현재를 벗어나 끊임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한다. 확 공감해서 나도 같이 떠나고 싶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끊임없이 페달을 밟을 때 찾아오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무릎 통증이다.
산다는 게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올해는 바이러스 공포에 지독한 장마까지 겹쳐 고강도 스트레스를 경험 중이다. 이런 스트레스의 압박이 지속될 때 '심리적 회피 반응'이 올 수 있다. 사람이 긍정적이라는 것이 현재 좋은 것만 가득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는 좋은 것과 불편한 것이 뒤섞여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은 내 눈이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삶의 내용을 바라볼 때 가능하다. 그런데 스트레스로 마음이 지치게 되면 자동으로 부정적인 쪽을 더 쳐다보게 된다. 현재가 부정적으로 느껴지니 여기를 떠나 어디로 멀리 떠나고 싶은 회피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심리적 회피 반응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요인이기도 하다.
사표를 내겠다며 고민 상담을 하는 분들께 일단 유보하자고 한다. 저쪽이 좋아서 떠나는 결정은 멋진 새로운 도전일 수 있지만 여기가 싫어서 떠나고픈 경우는 좀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물론 현재 떠나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지쳐 찾아온 심리적 회피 반응으로 떠나고 싶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여유가 꼭 필요하다. 멀리 떠난다고 해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멀쩡한 회사만 그만두어 스트레스가 더 가중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심리적 회피 반응이 찾아오면 현재가 싫으니 일과가 버겁게만 느껴진다. 억지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오늘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지 않는다. 오늘을 의미 있게 보냈다는 느낌이 있어야 지친 마음에 재충전도 일어날 수 있다.
가치에 따른 행동(action on value)이라는 마음 관리법이 있다. 도전, 지식, 정의, 용서, 성장, 창조, 우정 등 다양한 삶의 가치가 존재하는데 마음과 행동 사이에 이 가치를 넣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꾹 참고 다니자’가 힘든 마음과 억지 행동이 직접 연결된 형태라면, 마음과 행동 사이에 ‘투지’라는 가치를 넣어보면 오늘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열심히 살다 보니 마음이 지쳐 심리적 회피 반응이 찾아왔는데, 내가 이걸 감내하고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투지라는 삶의 가치를 선택해 행동하고 있는 멋진 하루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감정이 내 행동을 지배하게 두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가치에 행동을 연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