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에 아파트가 웬 말이냐" "그린벨트 태릉 녹지 반드시 지켜내자".
9일 오후 2시쯤 비 내리는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 우산을 쓴 시민 수백명이 모여 이런 구호를 외쳤다. '태릉 훼손 결사반대' '지키자 그린벨트' 등 팻말도 보였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인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활용한다는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에 반대하는 집회였다. 지난 주말 서울에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정부 부동산 정책에 분노하는 민심은 서울시 내 곳곳에서 들끓었다.
그린벨트를 허무는 정부 '주택 공급 방식'에 반대하는 노원 집회 참가자들은 "아파트 공급에만 혈안이 된 정부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을 훼손하려고 한다"고 했다. 참가자는 노원구민만이 아니었다. 경기 남양주에서 온 이정인(38)씨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태릉을 '이미 훼손된 그린벨트'라고 하는 정부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며 "한 정권에서 부동산 대책이 23개나 발표되고, 강남의 그린벨트를 보존하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뒤에 강북의 그린벨트는 훼손하겠다고 발표하는 이 나라는 대체 어떤 나라냐"고 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민 이모(70)씨는 "지금도 출근하는 데 몇 시간씩 걸리는데 1만 가구 아파트를 더 지으면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고 했다. 주최 측은 "'그린벨트를 지켜달라'는 아이들의 그림 편지 등 손편지 약 100장이 모였다"며 "앞으로 매 주말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전날 오후 6시쯤 여의도공원에서는 정부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가 4주째 이어졌다. 이날도 비가 왔지만 참가자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길에 나앉게 생겼는데 비가 우리를 막을 수 없다"며 "전 국민이 '부동산 블루'를 넘어 '부동산 분노조절장애'에 걸렸다"고 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폭 10m인 여의대로 공간에 앉아 "임대차 3법 반대" "전세종말 월세지옥"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너희들 재산이 소중하면 국민들 재산도 소중하다" "월세 제한 세금 강탈 문재인이 독재자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 네 번째로 참석했다는 박시영(44)씨는 "종부세만 7.2%를 내라고 해서 세금이 10배 이상 올랐다"며 "법인 사업자라고 하지만 대출받아서 사업하는 것인데 나라가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