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에 아파트가 웬 말이냐" "그린벨트 태릉 녹지 반드시 지켜내자".

9일 오후 2시쯤 비 내리는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 우산을 쓴 시민 수백명이 모여 이런 구호를 외쳤다. '태릉 훼손 결사반대' '지키자 그린벨트' 등 팻말도 보였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인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활용한다는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에 반대하는 집회였다. 지난 주말 서울에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정부 부동산 정책에 분노하는 민심은 서울시 내 곳곳에서 들끓었다.

노원에서… 과천에서… 여의도에서… “대책 없는 대책, 더이상 못 참겠다” - ‘8·4 부동산 공급 대책’에 포함된 개발 예정 지역 주민들이 지난 주말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 시위를 했다. 서울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노원구 주민(위 사진)들은 9일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서, 정부과천청사 유휴 부지 개발에 반대하는 과천 시민(아래 사진)들은 8일 과천중앙공원 앞에 모여 개발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그린벨트를 허무는 정부 '주택 공급 방식'에 반대하는 노원 집회 참가자들은 "아파트 공급에만 혈안이 된 정부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을 훼손하려고 한다"고 했다. 참가자는 노원구민만이 아니었다. 경기 남양주에서 온 이정인(38)씨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태릉을 '이미 훼손된 그린벨트'라고 하는 정부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며 "한 정권에서 부동산 대책이 23개나 발표되고, 강남의 그린벨트를 보존하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뒤에 강북의 그린벨트는 훼손하겠다고 발표하는 이 나라는 대체 어떤 나라냐"고 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민 이모(70)씨는 "지금도 출근하는 데 몇 시간씩 걸리는데 1만 가구 아파트를 더 지으면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고 했다. 주최 측은 "'그린벨트를 지켜달라'는 아이들의 그림 편지 등 손편지 약 100장이 모였다"며 "앞으로 매 주말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전날 오후 6시쯤 여의도공원에서는 정부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가 4주째 이어졌다. 이날도 비가 왔지만 참가자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길에 나앉게 생겼는데 비가 우리를 막을 수 없다"며 "전 국민이 '부동산 블루'를 넘어 '부동산 분노조절장애'에 걸렸다"고 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폭 10m인 여의대로 공간에 앉아 "임대차 3법 반대" "전세종말 월세지옥"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너희들 재산이 소중하면 국민들 재산도 소중하다" "월세 제한 세금 강탈 문재인이 독재자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 네 번째로 참석했다는 박시영(44)씨는 "종부세만 7.2%를 내라고 해서 세금이 10배 이상 올랐다"며 "법인 사업자라고 하지만 대출받아서 사업하는 것인데 나라가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