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가까이 장마가 이어지면서 전국이 물난리 몸살을 겪고 있다. 5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고 6000여명의 이재민을 내는 등 코로나 사태 와중에 덮친 물난리로 국민 시름이 깊다. '온 국민이 부동산 분노 조절 장애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부동산 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집회는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전세대란 속에서 전셋값 지수는 3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3040세대는 "지금 집을 못 사면 영원히 무주택자가 된다"는 공포감에 쫓겨 '패닉 바잉'에 나서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일부는 헛걸음을 해야 했다. 개업의를 중심으로 한 대한의사협회 총파업도 예고돼 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국정을 수습할 국정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 등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할 청와대는 도리어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5명이 사의 표명한 후 인터넷에선 "공직은 짧고 집값은 길다"는 식의 조롱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다주택 청와대 참모들에게 "1채만 남기고 팔라"고 지시한 이후 8개월째 이어진 다주택 참모 논란을 수습하지 못해 일괄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런 수모까지 당한다. 다주택 처분 문제를 두고 청와대 참모들 간 언쟁이 벌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 청와대가 자중지란 벌일 때인가.

거대 의석을 앞세워 입법 폭주를 해온 여권은 국민 화나게 하는 언행만 골라서 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한 가짜 뉴스가 난무한다. 강력 차단하겠다"고 했다. 무슨 일만 벌어지면 남 탓, 언론 탓이다. 국회에서 "부동산 값이 올라도 문제없다. 세금만 열심히 내라"고 발언한 여권 의원은 서울 강남에만 3채를 가진 다주택자로 밝혀지자 "나는 어쩌다 다주택자가 됐다"고 했다. 국민은 고의적 투기꾼이고 자신은 '어쩌다 다주택'인가.

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뽑혀 나가야 한다" "검찰총장 해임 결의안을 준비하겠다"며 검찰총장 흔들기에 총력전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법치 파괴식 검찰 인사에 대해선 "승진자들은 모두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분들"이라고 두둔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폭우 피해가 예고된 지역에서 잇달아 술자리를 가진 사실도 드러났다. 지금 정권 안에서 누가 나랏일을 걱정하고 국정을 챙기는지, 지켜보는 국민은 조마조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