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살겠다고 발버둥 쳤는데, 구해야지요.”

9일 오전 경남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에서 대규모 구조작전이 펼쳐졌다. 상대는 몸무게 400㎏ 안팎의 소다. 구조할 소만 110여마리에 달했다.

합천군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269.1㎜의 폭우가 쏟아졌다. 삽시간에 어른 머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건태마을 주민들은 다행히 일찍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미처 가축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다. 건태마을 황강변에 위치한 한 축사엔 어미 소 80마리와 송아지 50마리 등 130여마리의 소들이 꼼짝없이 갇혔다.

9일 경남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에서 이틀간 쏟아진 집중호우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축사에 갇힌 소 구조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축사 주인이 소를 구해달라는 요청에 이웃주민과 축협, 합천군 카누회원 등이 40여명의 소 구조팀이 꾸려졌다. 지난 8일 오후 4시쯤부터 비가 잦아들자 이들은 3인1조 또는 4인1조로 보트를 타고 축사 내부로 진입했다.

다행히 소들은 목만 내민 채 발버둥을 치며 버티고 있었다. 구조팀은 소 머리에 줄을 묶은 뒤, 제방까지 끌고 나갔다. 소 익사를 막고자 일부는 보트 위에서 줄로 연결된 소머리를 잡고, 나머지 1~2명은 물에 들어가 소 몸통을 떠받치거나 밀었다. 워낙 버티던 시간이 오래된 탓에 소들은 제방에 나와서도 일어나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다.

구조팀은 트랙터에 줄을 묶어 소와 연결하거나, 인력 수십명이 달라붙어 육지 위까지 끌어올렸다. 이틀간 수십차례 축사와 제방을 오갔다. 소 구출작전은 9일 오후 3시30분쯤 마무리됐다. 구조팀은 110마리의 소를 구조했다. 안타깝게도 나머지 약 20마리는 탈진해 폐사하고 말았다. 구조된 소들은 축협이 관리하는 임시 축사로 옮겨졌다.

경남 합천소방서 소방대원 등이 9일 오전 경남 합천군 율곡면 도로 범람지역에서 고립된 소를 구조하고 있다.

어미 소 1마리 당 가격은 700~8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가축 농가의 유일한 소득수단이라, 소가 집단폐사할 경우 큰 피해를 입는다. 주민과 축협 관계자 등이 제일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소 구출에 나선 이유다.

건태마을 한 주민은 “집도 물에 잠기고 다들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소를 구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도 축사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 8일 전남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에는 축사로 들이닥치는 비를 피해 소 10여마리가 대웅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나주시와 영암군, 곡성군 등에서도 폭우로 범람한 하천 물로 축사가 잠기면서 소들이 물에 목만 내민채 떠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