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BBQ가 ‘제네시스’ 상표권을 두고 수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제너시스 비비큐’에서 GENESIS 영어 표기가 같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9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한 현대차는 2016년부터 치킨업체 제너시스 BBQ를 상대로 수십건의 상표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중 1심 결론이 난 소송만 20여건이다. 주로 사업 분야별로 BBQ가 갖고 있는 상표권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으로 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매니큐어 세트, 휴대용 화장품 케이스, 인조속눈썹 ▲명함케이스, 가방, 지갑 소매업 ▲속옷, 스웨터, 셔츠 도매업 ▲식육, 육류가공 도매업 ▲귀금속제 기념컵, 귀금속제 기념패 귀금속제 주화 ▲연예인매니저업, 작업능률향상지도업, 후원자탐색업 ▲조명용 왁스, 양초, 방향양초 등이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로고

특허재판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이 중 4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BBQ가 제네시스 상표권을 해당 사업분야에서 3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중 2건은 BBQ가 특허법원에 항소하면서 판결이 뒤집혀 확정됐다. ▲속옷, 스웨터, 셔츠 도매업 ▲가공한 식육, 육류내장품, 육류가공식품 도매업 ▲동력기계 도매업 등에서 BBQ가 승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제네시스 기념품으로 티셔츠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통상 대다수 자동차업체는 자사 브랜드 로고를 활용한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어 브랜드 전시관에서 판매하는 등 마케팅에 활용한다. 티셔츠는 가장 대표적인 기념품이다. 하지만 그동안 제네시스 티셔츠는 볼 수 없었다. BBQ와의 소송으로 상표권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제네시스 기념품인 제네시스 카드키 홀더

▲여행정보제공업, 관광객안내업 등에서의 ‘제네시스(GENESIS)’ 상표권 역시 BBQ가 가져갔다.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특허심판원 결정을 특허법원이 뒤집었고, 현대차가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BBQ가 2004년쯤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인 ‘치킨대학’의 건물 내 강당 및 외벽에 상표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비비큐 그룹의 로고

현대차는 이 밖에도 스킨, 크림, 헤어린스, 샴푸와 관련해서는 해외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또 광고전단 형태의 인쇄물, 상품판매 활동 촉진 포스터 등과 관련해서는 미국 무역업체 제네시스퓨어와 상표권 분쟁을 하는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GENESIS’ 상표권은 갖고 있다”며 “그러나 GENESIS 브랜드가 찍힌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고 마케팅에 활용하려면 상표권이 필요한데 타 업체들이 해당 상표권을 가지고 있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제너시스 BBQ는 현대차의 지속적인 소송 제기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제너시스 BBQ 관계자는 “자동차 제네시스가 첫 출시됐을 때 우리는 브랜드 가치를 인정 받은 것 같아 반가웠고 임원들이 차를 제네시스로 바꿀 정도였다”며 “25년간 회사명으로 사용해온 상표권에 대해 대기업인 현대차가 소송을 지속하니 중견기업으로서 대응하기가 힘들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제네시스(GENESIS)는 ‘시작, 발생, 기원’이라는 뜻으로 구약성서의 첫권인 ‘창세기’라는 뜻도 갖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 그동안 없었던 혁신적인 고급 차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제너시스 BBQ는 윤홍근 회장이 1995년 창업한 주식회사 제너시스의 자회사로 치킨 프랜차이즈다. 지난해 매출은 2347억원, 영업이익은 259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