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7일 단행된 검사장 이상급 검찰 인사에 대해 “검사장 승진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인사였다”며 자평했다. 친정권·호남 인사가 요직을 독식했다는 논란이 이어지자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秋 "인사가 만사!…'누구누구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

추 장관은 "인사가 만사(萬事)! 맞다,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며 "애초 특정라인·특정사단 같은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또 “특정 학맥이나 줄 잘 잡아야 출세한다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며 “언론이 점치지 않은 의외의 인사가 관점이 아니라 묵묵히 전문성을 닦고 상하(上下)의 신망을 쌓은 분들을 발탁했다”고 했다. “인사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아무런 줄이 없어도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검사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글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약간이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검사들은 애초에 승진 대상에서 배제됐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라며 “추 장관 부임 이후 두 번의 인사에서 요직으로 승승장구한 검사들이 검찰 안팎에서 ‘추미애 사단’이라 불리는데, ‘셀프 디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추미애 페이스북 캡쳐

◇“원칙에 따른 인사였다” 자화자찬한 秋

추 장관은 이어 “검사장 승진인사 원칙은 첫째 검찰개혁의지를 펼칠 수 있는 인사여야 하고, 둘째 검찰 내 요직을 독식해온 특수·공안통에서 형사·공판부 중용으로 조직내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셋째 출신지역을 골고루 안배하고, 넷째 우수여성검사에게도 지속적으로 승진기회를 준다는 원칙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 것이다”라며 원칙에 따라 검사장 승진 인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추 장관의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맞는 내용이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검사 중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신임 대검 형사부장)은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을 역임한 바 있다. 특수·공안통으로 이름을 날린 검사들은 모두 승진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승진 대상자들의 지역 안배도 표면적으로는 공평하게 이루어졌다.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6명 중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전남 나주·신임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전남 순천·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호남,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경북 안동·신임 대검 형사부장)과 이철희 순천지청 지청장(울산·신임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영남, 김지용 수원지검 1차장(충남 부여·신임 서울고검 차장검사)은 충청, 고경순 서울서부지검 차장(신임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서울 출신이다. 또 검사장 승진 대상에 여성(고경순 서울서부지검 차장)이 포함되기도 했다.

◇법조계 “요직은 친정권·호남 인사가 독식…구색 맞추기 해놓고 생색”

그러나 법조계에선 “표면적으로는 구색을 잘 갖춘 것처럼 설명하지만, ‘친정권·호남’ 인사들이 요직을 점령한 것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장 승진 대상’만 따로 떼놓고 ‘공평한 인사였다’며 눈속임을 하고 있다”며 “검찰 요직을 친정권 성향을 가진 이른바 ‘추미애 사단’이 점령하고, 이들 대부분이 호남 출신 인사로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친정권 인사들이 요직을 점령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승진 자체가 공평하게 이뤄졌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쓴 티가 나는 인사안이다”라며 “인사안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며 눈돌리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 인사안을 보고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 이뤄진 인사구나’라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