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 5명이 어제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강기정 정무, 김조원 민정, 윤도한 국민소통, 김외숙 인사,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이다. 청와대는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들이 사의로 책임지겠다는 '최근 상황'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과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일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지는 사의라면 김상조 정책실장과 소속 경제수석부터 했어야 했다.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이 물러난다는 얘기도 없다.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고 일시적으로 여론만 무마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수석 5명 가운데 3명이 다주택자다. 서울 강남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민정수석은 한 채를 처분한다면서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내놨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자 다시 거둬들였다. 청와대는 "부동산 거래는 남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파는 시늉만 냈다가 들통나자 아내 핑계를 댄 것이다. 이번 사의로 민정수석은 강남 아파트를 팔지 않아도 되게 됐다. 결국 아파트 매각을 거부하고 수석 자리를 내던진 것인가. 사의 표명 기사에 "권력은 짧고 강남 아파트는 영원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인사수석과 시민사회수석도 수차례 처분 지시에도 여전히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정무·국민소통수석은 오래전부터 교체가 거론됐다. 결국 이번 일괄 사의는 청와대 자리를 내던지고 아파트를 선택한 참모들의 국민 기만 쇼일 뿐이다.

23번째 정부 대책에도 서울 전셋값은 계속 상승하는 등 부동산 시장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여기에 앞장서 기름을 부었다. 작년 말 청와대는 다주택 참모들에게 처분을 지시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지시 내린 비서실장부터 서울 강남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지키려다 곤욕을 치렀다. '집값을 잡겠다'면서 쇼만 하고 있으니 그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지금 들끓는 민심은 부동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총선 승리 이후 정권이 보여준 폭주에 국민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총선 압승에 취한 여당은 오직 힘으로만 밀어붙인다. 여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추경 단독 처리, 장관 청문회 무시, 모든 법안 절차·토론 생략 등이 이어졌다. 마치 나라가 제 것인 양 행동하고 있다. 참모 교체 전에 대통령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오만과 독주의 국정 운영부터 멈춰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여론 무마용 청와대 개편을 아무리 해도 등 돌린 민심을 돌려세우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