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변호사가 MBC의 '검·언 유착' 첫 보도 당일인 3월 31일 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장시간 통화를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윤석열이랑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고 했고, 권 변호사가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어떻게 쫓아내느냐"고 하자 재차 "윤석열은 나쁜 놈이고 한동훈은 진짜 아주 나쁜 놈이다. 쫓아내야 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권 변호사가 다시 "한동훈은 지방으로 쫓아내지 않았느냐"고 하자, 한 위원장은 "아예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말문이 막힌다. 방통위원장은 방송에 대한 막강한 규제권을 갖고 있어 정치적 중립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자리다. 그런 사람이 "윤석열·한동훈은 나쁜 놈" "아예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윤 총장 아내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윤 총장을 비난했다고 한다. 겉으로는 방통위원장이나 실제는 정권의 방송 장악 행동대장일 뿐이다.

이날 권 변호사는 한 위원장과 통화는 MBC 보도 직후라고 정정했지만 "당시 MBC 보도는 'A검사장'이라고 했는데 한 위원장이 '한동훈'이라고 실명을 언급해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한동훈이 뭐가 그렇게 나쁜지는) 곧 알게 된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MBC 보도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한동훈 얘기는) 검찰의 강압 수사 얘기를 하다 나온 것이고 윤 총장 관련 언급은 기억이 안 난다. 내 습관상 안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계속 둘러대고 있다.

채널A 기자의 취재 욕심에 불과한 사안을 여권과 MBC가 터무니없이 부풀리고 심지어 조작까지 했다는 증거와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나 있다. MBC에 제보했다는 사람은 기자가 '총선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어용 방송에 나가 '기자가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은 MBC 보도 9일 전 페이스북에 '이제 작전에 들어간다'고 썼는데, 제보자가 기자를 만난 바로 그날이었다. 황씨는 아예 제보자 변호인으로 나섰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수사도 해보기 전에 "검·언 유착의 여러 증거들이 제시됐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장은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했다"고 큰소리쳤다. 한 검사장 휴대폰 유심을 뺏기 위해 폭행 활극까지 벌였다. 결국 다 헛소리, 헛발질이었다. 처음부터 무엇이 나올 턱이 없다. 여기서 더 나가면 수사가 아니라 조작이다. 이에 더해 방통위원장이 그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누가 더 개입돼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라"고 했다. 이 사건이야말로 검찰이 맞서야 할 '권력형 비리'다. 윤 총장은 말만 말고 행동으로 검찰총장의 직분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