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달원 확보전이 한창이다.

GS리테일은 최근 편의점 GS25에서 고객이 주문한 배달 상품을 일반인이 배달해 주는 ‘우리동네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반인 아무나 참여해 편의점 배달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배달 대행료를 받는 방식이다. 오토바이 등 운송기기를 이용해도 좋고 걸어서 도보로도 배달에 참여할 수 있다. 편의점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직접 배달원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에선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중개해 주는 ‘배민 커넥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배민도 늘어난 배송 수요에 대응하고 배달 관련한 업주와 소비자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5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배민 측은 신규 배달원이 1000명을 넘길 때까지 추가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에서도 늘어난 배달 수요에 맞춰 배송 직원인 ‘쿠친’(전 쿠팡맨)을 꾸준히 늘리면서 지난달 1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배달원이 5000명 수준이였는데 7개월 만에 2배로 늘린 것이다.

◇본지 인턴 직접 배달대행 체험…누구나 쉽게 채용

배달요원들이 많아지면서 장마로 궂은 날씨에도 꿋꿋이 배달에 나서는 모습들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본지 인턴 기자가 직접 배달원 알바를 체험해 봤다. 수도권에 호우 경보가 내렸던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동에서 한 배달대행 업체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 지원했다. 이름, 생년월일, 운전면허 여부, 주거지 등 간단한 인적사항만 입력하자 간단히 지원이 끝났다. 지원서를 낸 지 1시간 30분 만에 교육 안내 메일을 받고 신분증, 통장 사본 등 간단한 문서를 첨부하니 계약이 성사됐다. 계약이 성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주문이 접수됐다. 지원서 제출부터 첫 주문 배정까지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시간 날 때 한두시간 가볍게’라는 모집 문구처럼 일반인이 배달원으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끔 채용 과정을 간소화하려 한 노력이 느껴졌다.

첫 주문은 현재 위치에서 1km가량 떨어진 음식점에서 배달 음식을 픽업해 2.7km 떨어진 오피스텔로 배달하는 일이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평소 걸음으로 걷다 보니 “예상 픽업시간 3분 남음”이라는 경고 알림이 떴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스마트폰 속 지도와 남은 시간을 번갈아 보면서 뛰었더니 삽시간에 바지가 비에 흠뻑 젖었다. 한 손에는 배달 음식을 들고, 다른 손에는 스마트폰으로 목적지 지도를 확인해야 해서 우산을 들 손이 부족했다. 배달 음식을 쏟을 것 같아 그냥 비를 맞기로 하면서 “다음번엔 우비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약 200분 동안 총 4건을 배송했다. 1만9300원이 손에 들어왔다. 빗속을 뛰어다니며 온몸이 젖고, 강한 비에 우산이 고장 나기도 했다. 한 고객이 요청사항에 “천천히 안전하게 오세요”라고 적은 한 줄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폭우에도 배달 환영…배달시장 커지면서 오토바이 면허 응시도 늘어

그럼에도 20·30대 단기 알바 위주인 도보배달원들은 오히려 비 오는 날을 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엔 우천 할증 3000원이 붙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반모(27)씨는 “비 오는 날엔 무조건 배달에 나선다”며 “우천 프로모션을 생각하면 비에 젖는 것쯤은 감수할 만하다”고 했다. 반씨가 배달하는 배달 대행 플랫폼 기본 배달료는 500m에 2900원이고 거리에 따라 100원씩 추가된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엔 3000원이 추가 지급돼 기본 배달료 2배 수준으로 수입이 늘어난다.

서울 사는 대학생 김모(26)씨는 다른 알바 자리를 구하지 못해 도보 배달원이 된 경우다. 카페나 편의점 알바를 찾아봤지만, 코로나 때문에 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한다.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2시간여씩 알바하는데 하루 2-3건 배송하면 3만원 가까이 번다고 했다. 김씨는 “생활비로 충분치는 않지만, 원하는 시간에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만한 알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올해 1~4월 125㏄ 이하 오토바이(원동기) 면허 응시자 수는 1만11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123명보다 38% 늘어났다. 125cc 이상 오토바이까지 몰 수 있는 2종 소형 면허 응시자도 같은 기간 1만6523명에서 1만9934명으로 21% 늘었다. 배달대행 시장이 커지면서, 면허만 있으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 오토바이 면허 응시자까지 늘어난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작년 12월 발간한 ‘배달앱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는 국내 배달원 종사자가 13만명에 달하고, 이중 배달대행업체에 종사하는 배달원 수가 약 8만3000명(6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앱이 도입된 이후 약 3만3000명의 배달원이 추가로 고용됐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배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배달원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