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얼마 후에 이사를 한다고 하자 아이가 친구랑 떨어지게 됐다며 울고불고 난리다. 그러지 않아도 아이가 이럴까 봐 미리 말하지 않았던 건데. 아이가 계속 울부짖자 홧김에 이렇게 말했다. "너 전에도 이렇게 울었는데, 이사하고 나서는 그 동네 친구랑 연락도 안 하잖아. 가면 또 새로운 친구 사귀어서 걔랑 재밌게 놀면 되는데 뭘 그렇게 울고 난리야."

어른은 논리적 해결책을 얘기해주면 아이가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부모 말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는 그냥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주도록 하자. 슬퍼하는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래, 친한 친구랑 헤어지면 되게 속상하지?" "섭섭한 게 당연하지, 엄마 생각에도 친구들이 무척 보고 싶을 것 같아." 아이가 계속 울면 "이사를 가도 자주 만날 방법이 많으니까 그렇게 해 보자"라고도 말해주자. 마음은 '이렇게 하면 돼'가 아니라 '당연히 그렇지'로 접근해야 한다.

이사하게 되면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 칠 것이 뻔해도 미리 말해주자. 아이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논 다음 '나 이사 간다' 하고 인사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그런 시간을 통해서 울고불고하면서도 슬픈 감정에 직면도 해보고,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감정을 배워간다. 울 게 뻔해서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 마음이 아니라 부모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슬퍼하는 아이 마음을 보는, 내 마음이 불편해져서 그 꼴을 안 보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