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 원인으로 질산암모늄이 지목되고 있다. 질산암모늄은 무색·백색 또는 연회색 결정의 화학물질이다. 비료·화약·폭죽의 원료, 냉각제·로켓 연료 등 산업·생활용으로 널리 활용되는 물질이다.

농업용 비료 성분으로 많이 사용돼 농업 혁명의 핵심이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힌다. 한 과학자는 "질산암모늄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류는 풀뿌리나 캐고 먹을 것을 찾거나 얻기 위해 삶의 대부분을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질산암모늄 성분은 폭약 제조 연료로 탄광이나 건축 공사에도 쓰인다. 소위 말하는 '비료 폭탄'의 원료가 질산암모늄이다. 공기 중에선 안전하지만, 고온이나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만든다는 비료 공장이 실은 로켓 추진체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이야기도 질산암모늄의 폭발성 때문에 나온 것이다. 서대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는 "질산암모늄을 비료로 쓰려면 창고에 수백t씩 보관해야 하는데, 안전성 문제가 있어서 요즘엔 비료보다 폭발물 제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질산암모늄 위력은 TNT(고성능 폭약)의 42%로 알려져 있다. TNT는 대표적인 폭약인 화학물질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이다. 질산암모늄 1㎏이 TNT 0.42㎏의 위력을 가진다는 뜻이다. 이번 레바논 사고에서 질산암모늄 2750t이 모두 터졌다면, TNT 1155t의 위력이었다고 단순 계산할 수 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위력(15㏏)의 약 15분의 1 정도다.

질산암모늄으로 인한 대형 폭발 사고는 과거에도 여러 건 있었다. 1947년 미국 텍사스주 텍사스시티 항구에서 질산암모늄을 실은 선박에 불이 붙으며 연쇄 폭발이 일어나 6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 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이 유출되면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3년 텍사스 비료 공장 폭발 사고도 공장에 있었던 상당량의 질산암모늄 때문이었다.

질산암모늄은 구하기가 비교적 쉬워 테러리스트들의 사제 폭탄 제조용으로도 사용됐다. 168명이 사망한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파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2년 202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 때에도 질산암모늄이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