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만루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 김현수.

LG의 캡틴 김현수(32)에게 지난 4일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는 0―1로 뒤지던 2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이민우의 직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120m를 날아가 KIA 챔피언스필드 우중간 외야 담장 너머 ‘홈런존’에 놓인 KIA 쏘렌토 차량 운전석 옆문을 때렸다. KIA는 홈구장인 챔피언스필드를 개장한 2014시즌부터 이곳에 전시한 차량을 타구로 맞히는 타자에겐 해당 차량을 상품으로 주고 있다.

김현수는 2014시즌 두산 김재환, 2015시즌 KIA 최희섭, 2017시즌 두산 오재일, 그리고 지난 5월 KIA 프레스턴 터커에 이어 다섯 번째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한 해에 두 명이 차량을 가져간 것은 ‘홈런존’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김현수는 5회초 2사 만루에서 다시 한번 아치를 그렸다. 이번에도 이민우의 직구를 때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2―3으로 뒤지던 흐름을 단숨에 6―3으로 뒤집는 한 방이었다. 개인 통산으로는 7번째 만루 홈런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현수는 “상품으로 받은 차는 서로 달라고 할 텐데 고민”이라며 웃었다. 그는 만루 홈런에 대해선 “살짝 타이밍이 늦은 감이 있었는데 공이 끝까지 뻗어나갔다”고 말했다.

2005년 데뷔 이후 늘 꾸준한 김현수였지만, 올 시즌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4일 5타점을 추가하며 68타점으로 멜 로하스 주니어와 함께 타점 1위에 올랐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31홈런, 132타점이 가능하다. 김현수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15시즌의 28개, 최다 타점은 같은 해 121타점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놓진 않았다. “아직 경기 수가 많이 남았잖아요. 너무 잘나가고 있는데 좋은 때가 있으면 나쁜 때가 있을 겁니다. 슬럼프에 늘 대비하려고 합니다. 잘 먹고 몸 관리를 잘해야죠.”

김현수는 올 시즌 더 좋아진 비결에 대해 묻자 겨울 캠프 얘기를 꺼냈다. “작년엔 몸이 좀 무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는 몸무게 차이는 없는데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겨울에 러닝을 정말 많이 뛰었거든요. 하루 두 시간 이상씩 뛰었는데 그게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장타가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손을 낮췄다”고 말했다 “의식적으로 타격할 때 팔을 내리려고 합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팔이 올라가곤 했는데 마음속으로 배꼽 아래까지 내린다고 생각하며 손을 낮추고 치니까 하체의 힘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김현수는 이날 쏘렌토를 가져간 자신의 행운보다 팀에 운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우리 팀의 더 큰 운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더 큰 운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