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로 범벅된 옥수수〈사진〉 동영상 한 개가 중국의 식량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먹을 수 없어 보이는 이 옥수수가 중국 정부의 '식량 창고' 격인 중국양곡비축관리공사(Sinograin·시노그레인) 창고에 보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은 지난달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 속에는 창고에 보관된 옥수수가 곰팡이와 먼지로 뒤범벅돼 있었다.

확인 결과, 해당 영상은 한 외부인이 시노그레인 헤이룽장(黑龍江)성 지사가 관리하는 자오저우(肇州)현 창고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지난달 28일에는 창고 측이 "곡물을 사러 오는 외부 상인은 창고에 들어갈 때 휴대전화나 기타 촬영·녹음 장비를 들고 갈 수 없다"고 공고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자 인터넷에서는 "곡물 상태가 얼마나 나쁘기에 휴대전화도 금지할 정도로 숨기려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시노그레인은 지난 2일 밤 공식 성명을 내고 "창고 (곡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3일 사설을 통해 "식량 안보의 적(敵)은 휴대전화가 아니라 관리 소홀과 제도의 허점"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식량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해왔다. 그러나 부실한 식량 비축 상태가 드러나면서 많은 중국인은 식량 수급 불균형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코로나 사태로 봄철 농사가 지연되고, 창장(長江) 유역에서 홍수가 발생하면서 그런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국의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0.9% 증가한 1억4281만t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하지만 SCMP는 베이징 오리엔트농업 컨설팅의 마원펑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실제 생산량은 전년 대비 4.6% 감소한 1억3517만t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