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훈(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날 신임 검사 신고식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 부분에 대해 “과감한 발상” “매우 충격적” “좀 많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이 여당 의원 입에서 나왔다는 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 ‘자유민주주의야 말로 진짜 민주주의’라는 (윤 총장의) 주장이 옳은 표현인가 하는 것은 별개로 (하자)”면서 “그 과감한 발상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을 지배하는 것은 오직 양심이고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또 “법은 다만 그 양심과 상식의 경계를 정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면서 “그런 이유로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법의 지배’ 같은 무서운 말들은 꽤나 위험하게 들린다”고 했다.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인 신 의원은 고려대 재학 시절 1985년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을 주도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1986년 2월 4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1988년 2월 27일 특별사면복권됐지만, 그는 이듬해 수세(水稅)폐지운동을 하다 공무집행방해·공용물건손상죄로 1989년 12월 14일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다.

신 의원은 2000년 9월 21일에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7년 5월 30일에는 농지법위반·산지관리법위반·건축법위반·상해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신 의원은 2009년 6월 4일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2013년 1월 31일 특별사면복권됐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3일 대검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또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 실현된다"며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아래는 신 의원 페이스북 글 전문.
[정치인이 되어버린 윤석열 검찰총장]
이제는 정치인이 되어버린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검사들에게 한 말이 예상한대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칼잡이의 귀환이라며 반색을 하고, 보수언론들은 '권력에 맞서라'며 맏장구 치고 있으니 역시 '정치인이 되어버렸다'는 말도 썩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윤 총장은 신임검사들에게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에 맞서 싸울 것을 주문했더군요.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답니다. 독재니 전체주의니 하는 말은 요즘 일종의 유행어죠. 야당과 보수언론이 현 정부에 어떤 낙인을 찍기 위해 쓰는 말인데 그러고 보면 윤 총장도 꽤나 트렌드를 쫓는 인물인가 봅니다. 오랜 만의 공중연설에서 최신 유행을 따라잡는 모양새를 보니 그렇습니다.

우선,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은 좀 많이 유감스럽더군요. '자유민주주의야 말로 진짜 민주주의'라는 주장이 옳은 표현인가 하는 것은 별개로 하고,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로 이루어진다’는 그 과감한 발상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을 지배하는 것은 오직 양심이고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법은 다만 그 양심과 상식의 경계를 정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그런 이유로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법의 지배’ 같은 무서운 말들은 꽤나 위험하게 들립니다.

더욱이 과히 공평무사하지도 못한 자기 자신을 법의 구현자이거나 법 자체로 혼동하는 분들이 그런 말을 쓰게 되면 더더욱 위험스럽게 느껴지죠.

'방어권 보장과 구속의 절제'를 강조한 부분에서는 타이밍이 아쉬웠습니다. 수많은 피의사실 유포와 낙인찍기, 무리한 구속수사를 주도해 오신 분께서 왜 하필 본인의 측근 내지 그 이상 되는 대상들의 범죄혐의가 추궁당하는 시점에서야 그런 깨달음을 얻으신 건지 진심으로 유감스럽더군요.

반면 권력비리에 맞서 싸우라는 말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직위나 권력의 힘을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챙기거나, 자신들의 범죄혐의를 무마하는 것 역시 권력비리의 한 종류라는 점에서 앞으로 검찰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엄하게 대응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 총장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모쪼록 우리 검찰이 보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집단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