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이 ‘갓젠(God+씨젠의 합성어)’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만한 날이었다. 3일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진단키트업체 씨젠은 전날보다 11.33% 급등한 28만99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주가가 29만4800원까지 치솟아 2010년 상장 이후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2000년에 천종윤 대표가 설립한 씨젠은 코로나 사태 이후 진단키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장 뜨거운 주식으로 떠올랐다. 작년 말 3만650원이었던 주가는 올 들어서만 846% 올랐다. 이날 씨젠 시가총액은 7조6000억원으로, 코스닥에선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2위다. 코스피 기준으로도 한국조선해양, 롯데케미칼, 기업은행, 현대건설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전통 기업보다 높다.

이날 뜨거운 갓젠 열풍은 개미들이 만들어냈다. 개인들은 3일 하루에만 700억원 어치 씨젠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은 591억, 기관은 122억 어치 매도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 다만 지난달 기준으로는 외국인의 나홀로 매수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외국인은 씨젠을 1244억원 어치 사모으면서 씨젠 주가를 131% 끌어올렸다.

지난 2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이 서울 송파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업체 '씨젠'에서 열린 '코로나19 진단시약 기업 현장 간담회'에 앞서 천종윤 씨젠 대표에게 코로나19 진단 키트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씨젠의 주가 급등은 올해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의 2분기 실적 예상치(컨센서스)는 매출 2566억원에 영업이익 1562억원이다. 작년 한해 매출이 122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224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며 놀라운 성장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새로 편입될 것이란 기대감도 주가에는 호재다. 시가총액이 7조원을 넘긴 씨젠은 이미 조건을 모두 충족해서 8월 편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MSCI 지수에 신규 편입되는 종목은 전세계 펀드 자금의 주요 매매 대상이 되기 때문에 주가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블랙록 같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는 지수를 그대로 추종해 운용하는데 씨젠이 MSCI 지수에 편입된다면 MSCI한국지수, MSCI신흥시장지수, MSCI글로벌지수 등 한국이 포함된 모든 지수에 들어가게 되니까 파급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까지 용감하게 달리는 말(씨젠)에 올라탄 개미들은 이날 현재 모두 수익권이지만, 향후 주가 전망을 놓고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씨젠 실적이 2분기에 고점을 찍고 3분기부터는 하향세가 전망된다는 예상 때문이다. 진단키트는 반도체와 달리 진입 장벽이 낮아서 경쟁이 심하고, 이미 전세계에 물품이 많이 뿌려져서 재고도 상당히 쌓여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7월 진단키트 수출은 줄어들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7월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의 수출 금액은 1억3660만 달러로, 전달보다 19% 감소했다.

진단키트업체인 씨젠은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코스닥 시총 2위 업체가 됐다. 사진은 씨젠 직원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