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키움전에서 이정후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외야 쪽을 바라보는 오승환.

2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삼성의 시즌 12차전. 2-2로 맞선 연장 10회초 ‘끝판 대장’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오승환은 9회초에 등판해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끝내며 삼성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10회초는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박준태와 서건창까지는 잘 잡아냈지만 최근 키움에서 가장 무서운 2·3·4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하성과 애디슨 러셀, 이정후였다.

오승환은 볼넷으로 김하성을 1루로 내보냈다. 다음 타석은 러셀.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인 시카고 컵스의 러셀과 상대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선 오승환이 압도적이었다. 6번 만나 안타는 한 번만 맞고 삼진을 5개나 잡아냈다.

하지만 한국에선 달랐다. 러셀은 오승환의 공을 정확하게 받아쳐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키움이 2사 1·2루의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이정후. 오승환은 지난달 KBO리그에 복귀하면서 상대하고 싶은 타자로 이정후를 꼽았다. 당시 그는 “이정후·강백호와 힘 대 힘으로 붙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를 상대로 피해가지 않았다. 그러자 이정후는 오승환의 6구를 받아 때렸고, 멀리 뻗어간 공은 우중간을 갈라 펜스를 때렸다. 김하성과 러셀이 모두 홈으로 들어온 2루타였다.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고 나서 중계 화면에 잡힌 오승환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와’ 소리와 함께 허리를 굽힌 그는 다시 몸을 세운 뒤 외야를 멍하니 꽤 오랜 시간 바라봤다. 생각보다 공이 멀리 뻗어나가 놀랐을 수도 있고, 한 점을 지키기 위해 외야 수비가 조금 앞으로 당겨 있었던 것에 대한 아쉬운 반응일 수도 있었다.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은 장면. 키움 주자들이 홈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오승환은 포수 뒤 쪽으로 백업 수비를 들어가지 않고 마운드에 머물러 있다.

충격이 컸던 탓인지 오승환은 백업 수비를 하는 것도 잊은 듯 했다. 보통 투수들은 2루 주자가 있을 때 안타를 맞으면 포수 뒤로 달려가 포수가 공을 뒤로 흘리는 경우를 대비한다. 이정후의 타구는 장타로 연결돼 1루 주자까지 들어올 수 있어 백업 수비를 가는 게 맞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안타를 허용하고 안타까움에 허리를 숙였을 뿐 마운드 쪽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날 2대4로 키움에 패했다. 8위 삼성은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의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오승환의 부진이 특히 눈에 띈다.

2실점을 한뒤 고개를 떨군 오승환.

지난 6월 9일 KBO리그 복귀 이후 4경기 출전 만에 세이브를 챙긴 오승환은 지난달 18일 시즌 여섯 번째 세이브를 올린 뒤엔 세이브가 없다. 피안타율이 0.286으로 높은데 특히 죄타자에겐 타율 0.333, OPS 0.929로 약한 모습이다. 최근 3경기에선 나올 때마다 안타 두 개씩을 맞았다. 전체적으로 삼성 불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오승환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끝판 대장’은 다시 옛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시즌 초반 활기찬 플레이로 돌풍을 일으켰던 삼성이 다시 중위권 진입 경쟁을 하기 위해선 오승환의 활약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