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중국 기업이 소유한 동영상 모바일 공유 앱인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틱톡은 유행하는 춤이나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담은 15초짜리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미국에 도입된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사용자가 1억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미 10~20대가 코로나 봉쇄 중 틱톡에 몰려 시간을 보내면서 'Z세대의 클럽하우스'로 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막을 것"이라며 "나에겐 긴급경제권한법이나 행정명령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했다. 1977년 제정된 긴급경제권한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미국 안보·외교·경제에 현저한 위협이 될 경우'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국민의 금융 거래 금지, 자산 동결 등을 명령할 수 있다. 트럼프는 틱톡 금지 시기에 대해선 "즉시 이뤄진다"며 "내일(1일) 문건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일 오전까지 트럼프 정부의 틱톡 금지 처분은 내려지지 않았다.

미국에선 중국 기업이면서 빠르게 미 소셜미디어 시장을 점령한 틱톡에 대한 안보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어 미국인의 개인 정보와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군 일부에선 지난해부터 틱톡을 정부 업무 전화에서 내려받는 것을 금지했고, 공화당을 중심으로 의회에서도 틱톡 금지 주장이 나왔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미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이 틱톡의 부상에 위협당하고 있다"면서 틱톡이 콘텐츠를 검열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7월 초 처음 틱톡 금지를 공론화했다.

그간 트럼프 정부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인 화웨이와 ZTE 등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에 스파이 혐의를 씌워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관련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벤처 기업이 만든 모바일앱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제재하는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 책임론부터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휴스턴-청두 영사관 교차 폐쇄 등 미·중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여서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틱톡은 미국 이용자들의 정보는 중국이 아닌 미국과 싱가포르에 있는 서버에 저장돼 있다며 중국으로의 유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또 최근 트럼프 정부에 "미국 내 일자리 1500개를 3년 내 1만개로 늘리겠다"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틱톡의 미국 사업 부문을 인수하려던 계획도 봉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MS가 백악관의 뜻에 따라 틱톡 인수 협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CNN·포브스 등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에 대한 '개인적 원한'도 배경으로 거론했다. 트럼프 캠프는 6월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코로나 사태 후 3개월 만의 대선 유세를 계획했는데, 100만명이 참가 신청을 해놓고 실제론 6200명만 모였다. 흥행 참패에 충격을 받은 트럼프는 4년간 캠프 운영을 맡겼던 선대본부장을 경질했다. 그런데 이 '노쇼(no-show·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것)'가 틱톡에서 조직된 사실이 밝혀졌다. 10대들이 "트럼프를 골려주자"며 가짜 전화번호로 무료 티켓을 10여 개씩 신청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트럼프 풍자로 스타덤에 오른 새러 쿠퍼라는 흑인 여성 코미디언의 주활동 무대도 틱톡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틱톡을 '좌파 집결지' '중국의 대선 개입 창구'로 지목한다. 그러나 미 10~20대들은 트럼프 정부에 "우리의 놀이터를 뺏지 말라"며 항의하고 있다. NBC는 "틱톡 금지는 다른 부문의 중국 제재와 달리 미 10대들의 '분노 투표'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