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두산전에서 2점 홈런을 날리는 양의지.

SK에서 4시즌 동안 활약한 메릴 켈리(32)는 SK 팬들이 매우 그리워하는 선수다. 2018시즌 SK에서 우승 반지를 끼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켈리는 지난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엔 지난 29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선발로 나와 7.2이닝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의 빼어난 피칭으로 첫 승을 거뒀다. 켈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다이아몬드백스의 붙박이 선발로 활약할 전망이다.

켈리가 최근 MBC스포츠플러스 유튜브 채널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여기서 켈리는 KBO리그에서 상대하기 어려웠던 타자로 최형우와 양의지를 꼽았다. 특히 양의지에 대한 언급이 폭소를 자아냈다. 양의지는 켈리에게 통산 타율 0.500,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양의지는 항상 어려운 타자였어요. 이 친구가 재미있는게 트릭이 있어요. 타석에 들어설 때 방망이를 질질 끌면서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걸어오죠. 그렇게 타석에 서서 와인드업을 하면 갑자기 레그킥을 하면서 공을 엄청나게 멀리 보내요.”

야구 팬이라면 공감이 되는 말이다. KBO리그 최고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는 표정이나 동작만 보면 마치 야구가 귀찮다는 듯 보인다. 스윙도 성의없어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스윙으로 작년 타격왕에 올랐다. 양의지는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타격포인트를 앞에 놓고 부드럽고 가볍게 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무심타법’이다.

31일 두산전도 양의지의 ‘무심타법’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양의지는 0-4로 뒤진 1회말 2사 1루에서 두산 투수 최원준의 공에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2점짜리 추격포였다. 홈 팬 앞에서 7년 연속 10홈런을 달성한 순간이기도 했다.

양의지는 8-7로 앞선 8회말엔 1타점 적시타로 3루 주자 이명기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NC는 이날 5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한 양의지의 맹활약에 힘입어 두산을 10대7로 꺾었다.

홈런을 친 양의지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양의지는 올 시즌 부상과 휴식 등으로 12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래도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 10홈런 47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선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장성호 KBS 해설위원은 KBS스포츠 유튜브 ‘옐카3’에서 출연해 도쿄올림픽 결승전의 한국 대표팀 라인업을 짜면서 양의지를 4번 타자로 놓기도 했다.

NC 팬들이 캡틴 양의지에게 기대하는 것은 두산에서 뛴 2015·2016시즌처럼 NC에 우승을 안겨주는 것이다. NC는 현재 양의지와 함께 45승2무22패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키움과는 6경기 차다.

양의지는 “우승은 확정됐을 때 비로소 우승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여기서 만족해선 절대 안 된다. 아직 우리 팀은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