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사진=UPI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올시즌 처음이자 토론토 이적 후 첫 패배를 당했다. 이날 토론토가 내준 6점 중 5점이 류현진의 책임이었다.

개막 후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했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정규시즌 경기에 선발등판, 4⅓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9안타 5실점 후 강판됐다. 투구수는 93개. 구원투수 토마스 해치가 승계주자를 홈에 들이지 않아 추가 실점은 피했다.

토론토는 홈구장 로저스센터의 사용이 금지됐고, 임시 홈구장 살렌필드의 준비가 미흡해 타 팀의 홈구장을 떠도는 '떠돌이' 신세다. 이날 경기는 워싱턴의 홈에서 열렸지만, 형식상 토론토의 홈경기로 진행됐다. 토론토의 장내 아나운서와 팬들의 응원 소리가 녹음돼 울려퍼졌고, 토론토가 말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토론토 구단의 이 같은 배려도 류현진의 컨디션을 끌어올리진 못했다. 이날 류현진이 잡은 아웃카운트는 총 13개. 삼진과 뜬공이 각각 5개, 직선타 1개, 땅볼 2개였다. 땅볼 갯수만 봐도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전혀 먹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평균자책점 2.32로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지난해 류현진의 땅볼-뜬공 비율은 전체 5위(1.62)로 MLB 전체 5위였다. 이날 류현진에게선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대 이하의 직구 구속이 원인이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는 최고 90.7마일(약 146㎞), 평균 88.9마일(143㎞)에 불과했다. 스트라이크-볼 비율은 66대27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총 93개의 투구수 중 직구는 단 29개였고, 이마저도 싱커(17개)의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류현진 스스로도 직구 구속의 저하를 체감한듯, 변화구에 의존한 피칭을 이어갔다. 직구 없는 변화구의 위력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특유의 경쾌한 투구 리듬도 실종됐다.

'디펜딩 챔피언' 워싱턴의 막강 타선은 그런 류현진을 어렵지 않게 공략했다. 특히 베테랑 스탈린 카스트로의 타격이 돋보였다. 카스트로는 류현진의 변화구에 집중했고, 이 같은 노림수는 제대로 들어맞았다. 카스트로는 첫회부터 12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안타를 쳐냈고, 이후 계속해서 류현진을 괴롭혔다. 이날 5타수 4안타 중 류현진과의 상대 전적은 3타수 3안타였다.

토론토가 1회 선취점을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류현진이 3회 애덤 이튼과 카스트로의 연속 안타에 이어 커트 스즈키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역전당했다. 이어 4회에는 상대전적 12타수 무안타를 기록중이던 마이클 테일러에게 2점 홈런을 허용, 1대4까지 리드당했다. 류현진으로선 지난 25일 탬파베이 레이스 전 쓰쓰고 요시토모의 투런 홈런에 이은 2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허용한 것. 토론토 1선발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류현진은 5회 카스트로와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에게 연속 2루타를 얻어맞으며 1실점을 추가, 4⅓이닝 만에 토마스 해치과 교체됐다. 다행히 해치가 류현진의 승계주자 홈인을 막음에 따라 추가 실점은 없었다.

초반 열세에도 토론토는 끈질긴 추격을 펼쳤다. 워싱턴은 4회 라인 하퍼, 6회 샘 프리먼과 하비 게라, 8회 태너 레이니, 9회 다니엘 허드슨을 잇따라 투입하며 효율적인 계투로 토론토 타선을 봉쇄했다. 토론토는 4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7회 캐번 비지오, 8회 에르난데스의 홈런으로 4대6까지 따라붙었지만, 거기까지였다. 8회 터너의 희생플라이로 내준 1점이 결국 쐐기점이 됐다.

홈런 2개를 기록한 에르난데스 외에 보 비셰트(5타수 2안타)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4타수 3안타)가 멀티 히트를 때리며 분전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고비 떄마다 워싱턴의 적절한 수비 시프트와 호수비도 빛났다.

올시즌은 정규시즌이 단 60경기에 불과한 초미니 시즌이다. 앞으로 류현진이 등판할 수 있는 경기는 10경기 남짓에 불과하다. 빠른 컨디션 회복이 관건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