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기자의 집으로 요가 강사 박지영(28)씨가 방문했다. 전날 전문가 매칭 서비스 앱 '숨고'를 통해 연결된 '하루 홈 요가 수업'이었다. 박씨가 능숙하게 요가 매트를 깔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잔잔한 음악을 틀자 거실이 단숨에 '요가 교실'로 바뀌었다. 박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집에서 과외처럼 하는 수업이 절반 정도였는데, 올해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서는 90%가 홈 요가 수업"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집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홈코노미(home+economy)'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집이 근무·학습·여가활동의 주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통신·IT 업계는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홈루덴스(Home Ludens)' 고객을 겨냥한 각종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내수 침체가 극심했던 지난 5월 야외 활동 관련 결제는 감소했지만, 배달 음식 주문이나 생활용품·가전 구매 등 홈코노미 관련 소비는 증가했다. 독일의 배달 업체 딜리버리히어로는 4~6월 코로나 봉쇄 조치 기간에 주문량이 2배가량 증가해 올해 매출 전망치를 2억유로(약 2800억원) 늘어난 26억~28억유로로 수정한다고 28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취미·놀이도 집에서 해결
'숨고'를 운영하는 브레이브모바일은 코로나에도 호황을 누린 덕분에 채용 규모를 2배로 늘려 연말까지 직원을 1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홈 요가처럼 고객의 집에서 일대일 스포츠 레슨을 받으려는 수요는 연초 대비 20% 정도 증가했다.
코로나 때문에 전격 취소된 공연이나 문화 관련 행사를 집 안에서 즐기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국관광공사가 25년째 주최하는 '드림콘서트'는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지난 25~26일 열린 드림콘서트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동영상 앱 '브이라이브'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브이라이브에서 지난 4월부터 총 6차례 열린 SM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공연은 평균적으로 약 10만명이 시청했고, 티켓 수입만 200억원에 육박했다.
통신 3사는 경쟁적으로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 스마트폰을 개통해주는 '방문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오늘도착', KT '여기오지', LG유플러스의 '프리미엄 배송' 등이 모두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휴대전화를 사고 개통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구·가전 홈코노미 '특수'
코로나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가전업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샘은 코로나 중에도 2분기 매출(5172억원)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9% 늘었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사람은 줄어들었지만, 온라인 매출이 급증했다. 한샘은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서 온라인 인테리어 리모델링 요청 건수가 올 1월 3214건에서 6월 7268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가전 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집에서 요리하는 수요가 늘면서 올 상반기 인덕션 제품의 매출이 작년보다 85%, 냉장고 판매는 30% 증가했다. 특히 인테리어를 고려해 고객이 직접 색깔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비스포크' 제품이 냉장고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LG전자가 내놓은 48형 올레드TV는 지난 25일 11번가에서 예약 판매 1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렸다. 홈 카페를 차릴 수 있는 에스프레소 기계, 빙수 기계 등의 가전제품도 인기가 높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가 끝나도 집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게 더 편하고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 같다"며 "홈코노미는 결국 AI(인공지능)를 포함한 IT와 연결될 것이고, 관련 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코노미
집을 뜻하는 홈(Home)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 집에서 의식주뿐 아니라 근무·학습·여가 활동 등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진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코로나 확산으로 오프라인 소비는 급감했지만, 홈코노미 소비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