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이 '경찰의 박 전 시장 휴대전화 분석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법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여 경찰이 진행 중이던 분석 작업을 법원 정식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단시켰다.

30일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 유족 측이 '포렌식 절차에 대한 준항고와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집행정지 부분을 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진행 중이던 포렌식 절차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이날 "휴대전화의 디지털 정보 추출과 관련된 장래의 일체 처분은 (법원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그 집행을 정지하라"고 했다.

박 전 시장 유족이 신청한 '준(準)항고'란 수사기관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이며, '집행정지'는 일반 소송의 '가처분'과 비슷한 성격이다. 유족 측은 경찰이 박 전 시장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한 지 이틀째 되던 지난 24일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게 명백한 만큼, 굳이 휴대전화 내용을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준항고와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이날 경찰은 박 전 시장 휴대전화를 봉인(封印)했다.

이날까지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현장에 있던 업무용 아이폰을 분석해왔지만, 법원에서 압수 수색 영장을 기각당하면서 분석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망 원인 확인' 용도 이외에 '피고소 사실 유출'이나 '서울시 직원들의 성범죄 방조' 등에 대한 수사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런 상태에서 분석 작업 자체마저 중단당한 것이다. 박 전 시장에겐 원래 휴대전화가 총 3대 있었는데, 경찰은 나머지 2대에 대해서는 기기 자체는 물론이고 통화 내역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의 묵인·방조 의혹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그의 비서 출신 피해자 A씨 측이 여성단체와 함께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한 지 이틀 만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범죄 행위가 발견되면, 인권위 이름으로 검찰총장에게 직접 수사 요청을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권위가 '늑장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요청 없이도 직권조사에 나설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천안에서 계모가 여행 가방에 9세 아이를 가둬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나자, 인권위는 별도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아동 학대 전반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였다.

같은 날 여성가족부는 서울시를 상대로 지난 28~29일 진행한 성희롱·성폭력 방지 조치 현장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에 대해 구체적인 보호·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가해자) 징계 기준을 마련하는 등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등 피상적 내용이었고, 사건과 관련한 직접적인 사실 확인이나 징계 조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