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집단베짜기새는 나무 위에 거대한 둥지를 짓고 200~300마리씩 함께 산다. 베짜기새를 연구하려면 무리에서 어떤 개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워낙 수가 많아 이 새가 저 새 같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과학자들의 고민을 해결하러 나섰다. 프랑스 기능진화생태학연구센터의 앙드레 페레이라 박사 연구진은 지난 27일 영국 생태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생태학과 진화 연구 방법'에 "AI를 이용해 처음으로 새를 무리에서 개체별로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AI로 동물을 구별했지만 원숭이나 멧돼지, 코끼리 같은 대형동물만 가능했다. 새처럼 작은 동물은 이번에 처음 성공했다. 특히 이번 AI는 새의 뒷모습만 보고도 어떤 개체인지 90% 정확도로 구별했다.
연구진은 AI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집단베짜기새와 독일 남부 지역의 박새 등 야생 조류의 사진 수천장을 학습시켰다. 사육하는 금화조의 사진도 AI에 입력했다. AI가 학습한 사진은 각각 식별번호를 갖고 있었다. 먹이통 앞에 있는 카메라는 새에게 부착된 안테나 신호가 잡히면 작동하는 방식이어서 사진에 찍힌 새를 구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학습을 거친 AI에 식별번호가 없는 새의 사진을 제시했다. 그러자 야생 조류는 90% 정확도로, 사육 조류는 87% 정확도로 개체를 구별했다.
동물 행동 연구에서 개체를 구별하는 일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지금까지 조류학자들은 새의 발목에 색색의 고리를 달아 개체를 구별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새에게도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페레이라 박사는 "동물에게 아무런 불편을 주지 않고 자동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일은 생태 연구에서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밝혔다.
물론 보완할 점도 많다. 이번 AI는 사전에 개체가 구별된 새만 재확인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새의 사진을 주면 어떤 새인지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또 새는 털갈이로 모습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같은 새라도 시간에 따라 AI의 인식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한계는 AI가 장기간에 걸쳐 더 많은 사진을 학습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