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부호(富豪)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전 배우자인 소설가 매켄지 스콧(50)이 이혼 뒤 받은 합의금 중 약 17억달러(약 2조원)을 시민단체 등에 기부했다. 스콧은 28일(현지 시각) 블로그 플랫폼 미디엄(Medium)을 통해 지난 1년6개월 간 자신이 인종적 평등, 성소수자 인권, 성 평등, 경제적 이동성, 공중 보건, 기후변화 등을 위해 활동하는 116개의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 사실을 밝혔다.
스콧이 가장 많은 기부금을 전달한 분야는 인종적 평등과 관련한 단체들이었다. 스콧은 5억8670만달러를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등 인종적 평등을 위한 단체에 쾌척했다. 경제적 이동성(3억9950만달러), 성 평등(1억3300만달러), 글로벌 개발(1억3000만달러), 공중보건(1억2830만달러), 기후 변화(1억25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기부처로는 흑인대학으로 유명한 터스키기대를 비롯해 법률보호기금(LDF), 오바마 재단,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성폭행·학대·근친상간 전국네트워크(RAINN), 유럽기후재단(ECF) 등이 있다.
스콧은 기부 내역을 밝히는 글에서 “나는 지난해 내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의 환원하기로 서약했고, 그 서약을 완성시키는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2020년 상반기를 지켜보면서 나는 슬픔과 공포를 느꼈다”며 “내게 희망을 준 것은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 생길 변화에 대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스콧은 “누군가의 재산은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수많은 다른 어떤 이들에겐 장애물이 되는 사회 구조의 산물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 (사회) 구조가 내게 준 돈과 불평등 경험을 가진 이들이 해결책을 내는 데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라는 확신을 통해 (재산 사회 환원) 서약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스콧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베이조스의 성을 따랐던 이름 ‘매켄지 베이조스’를 ‘매켄지 스콧’으로 개명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스콧’은 그가 미들네임으로 써왔던 것으로, 할아버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스콧은 기부를 알린 글을 ‘매켄지 스콧’이란 이름으로 게시했다.
스콧은 작년 1월 베이조스와의 이혼을 선언했다. 스콧은 이혼 위자료로 당시 350억달러(약 40조원)어치의 아마존 지분을 받았다. 이는 베이조스가 보유하고 있던 아마존 주식의 25%이자 아마존 전체 주식의 4% 가량이다. 스콧은 단숨에 블룸버그가 선정한 전 세계 억만장자 22위(여성 순위 4위)에 올랐다. 스콧은 같은 해 5월 세계 부호들이 참여하는 기부 캠페인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동참했다. 이 캠페인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의 주도로 2010년 시작됐다. 스콧은 “금고가 텅 빌 때까지 나누고 베풀겠다”며 자신의 재산을 자선 활동에 쓰겠다고 공개 서약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스콧의 순자산은 593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한다. 스콧은 현재 세계 부호 순위 13위이자, 세계에서 두번째로 부유한 여성이다.
스콧은 베이조스와 1993년 결혼했고, 둘 사이엔 4명의 자녀가 있다. 베이조스는 1994년 아마존을 창립했는데, 초기엔 스콧이 회계와 재고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2019년 1월 두 사람의 이혼 발표 직후 베이조스와 전 폭스뉴스 앵커 로런 산체스의 불륜 스캔들이 터졌다. 스콧이 이혼 전 이미 베이조스의 불륜을 알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두 사람은 이혼 사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베이조스의 불륜이 이혼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스콧과 대조적으로 그의 전남편인 베이조스는 기부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있다. 영국 BBC방송은 스콧의 기부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베이조스는 그의 부를 더 많이 나누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월 베이조스는 호주 산불 피해 구호를 위해 100만호주달러(약 8억원)를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그의 재산에 비해 너무 적다는 이유로 구설에 올랐었다. 당시 “베이조스는 (주식 등으로) 1분에 15만달러를 버는데, 그가 기부한 돈은 그가 4.6분 동안 번 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