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8일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반대에도 부동산 관련 법안 11건을 국회 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행정안전위에 일방 상정한 뒤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법에 규정돼 있는 ▲소위원회 심사·보고 ▲축조 심사 ▲찬반 토론 등 절차를 생략했다. 이에 반발해 야당이 전원 퇴장하자 기습적으로 표결을 밀어붙였다. 국토위 등 일부 상임위에선 법안 상정 후 1시간 30분 만에 표결 처리를 강행하기도 했다. 이날 기재위·국토위 전체회의는 21대 국회 들어 여야(與野) 의원이 처음으로 모두 참석한 회의였다. 그런데도 국민에게 세금 부담을 더 지우고 부동산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상정 당일 군사 작전하듯 처리한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가 정회된 뒤 웃으며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야당은 여당이 소위(小委) 구성, 법안 심사를 생략한 채 곧바로 전체회의 표결을 강행한 데 대해 "전례가 드문 일"이라며 "이는 백지 투표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와 민주당은 "국회법(제57조)은 소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했지 '반드시 둬야 한다'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 위반은 아니며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18대 국회 때 당시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소위 구성 없이 전체회의를 열어 각종 법안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176석을 앞세워 일방 표결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부동산에 대한 세금 부담을 무겁게 하는 법안 3건(종합부동산세법·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을 상정한 후 표결을 강행했다. 통합당 김태흠 의원은 "18개 상임위를 강제로 구성한 여당이 소위 구성도 하지 않고 법안을 처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기재위에서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소속 윤후덕 기재위원장이 표결을 강행하자 통합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결국 기재위원 재석 26인 중 통합당을 제외한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의원 17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통합당 기재위원들은 "민주당이 국회 전통과 관례를 무시한 채 청와대 하명이 떨어진 부동산 증세법안을 밀어붙였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토위 전체회의에서도 '임대차 3법' 관련 법안 6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전·월세 신고제' 근거가 되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비롯해 공공주택특별법·민간임대주택특별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주택법·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법 개정안 등이었다. 국토위 통합당 간사인 이헌승 의원은 "법안 심사 소위도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상정하는 것은 국회법 절차에 어긋난다"고 맞섰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위원장은 '기립 표결' 방식으로 상정을 강행했고, 통합당 의원들은 "여야 간 사전 합의도 되지 않은 법안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며 모두 퇴장했다. 민주당은 그로부터 1시간 30분 뒤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법안을 표결 처리했다. 주택법 개정안 등 정부 재정 부담이 발생하는 법안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그 비용을 추계하게 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절차도 다수결로 생략했다.

민주당은 행안위에서도 부동산 취득세율을 높이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 등을 단독 상정한 뒤 표결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소위 심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예정됐던 행안부·경찰청 업무 보고를 뒤로 미룬 채 지방세법 개정안 등을 기습 상정했다. 통합당 간사인 박완수 의원이 "양당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고, 국회법에도 어긋난다"고 반발했지만 서 위원장은 표결을 강행했다.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고, 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은 개정안을 상정해 단독으로 처리했다.

통합당은 "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민주당의 의회 독재이자 날치기"라며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법사위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두려운 법안을 여당이 졸속 방식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하면, 저희는 자신 없습니다"라고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예정됐던 여야 원내대표 만찬에 불참을 통보하면서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