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방안 중 하나로 토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의 규제 완화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초 검토하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공공시설 활용 등의 방안이 정치적 논란 끝에 무산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면서 현 정권에서 금기시(禁忌視)하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규제를 얼마나 풀지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 여권(與圈) 내부 의견이 각기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규제 완화로 늘어나는 주택의 상당 부분을 임대주택 등의 형태로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기존 재건축을 옥죄는 규제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아직 대책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시장에서는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까지 정책 기조와 다른 점이 없어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주택 공급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비판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용적률 100%포인트 올리면 3만가구 늘지만…

27일 정부와 여당,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달 중 발표 예정인 공급 대책에 도심 고밀(高密) 개발을 유도하는 규제 완화가 포함되는 것은 확정적이다. 서울시가 정부에 종(種) 상향과 용적률 상한선 상향 등 같은 땅에 더 많은 집을 짓는 방안을 제안했다. 용적률이란 층별 건축 면적의 합계를 토지 면적으로 나눈 비율이다. 예를 들어, 100평짜리 땅에 50평짜리 건물이 4층 규모로 있으면 용적률은 200%다.

본지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5곳의 용적률이 현재 계획보다 100%포인트 높아진다는 가정 아래 모의계산(시뮬레이션)한 결과, 아파트 약 3만가구가 추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마아파트는 현재 4424가구 규모, 용적률은 204%다. 현행 용적률 상한선인 300%에 맞춰 재건축하는 계획에는 약 5900가구를 짓는 것으로 돼 있다. 여기서 용적률이 400%로 높아진다면 7800가구를 지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1900가구 규모의 순증(純增) 효과가 있는 것이다. 다만 층수(層數) 등 다른 규제도 있어서 실제 공급 규모는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용적률을 높이더라도 재건축 조합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적률 상향이 역세권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참여해 사업 전반을 통제하고 상당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로 늘어나는 주택의 절반 정도를 임대주택 형태로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외지인이 유입되기 때문에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들은 기본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는 데 부정적이다. 입지가 안 좋은 곳에 임대주택을 짓거나, 일반 아파트와 외관 디자인을 달리해 구별하는 경우도 있다.

◇재건축 조합 반응도 시큰둥

건축 규제가 풀리더라도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강력한 규제들이 남아 있어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과이익 환수제가 적용되면 재건축 시작 시점과 입주 시점의 가격을 비교해 시세 차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원하는 분양가를 받을 수 없게 돼 조합원들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은마아파트 소유자 협의회 이재성 대표는 "용적률이 높아져봤자 공공 환수가 너무 많아 실익이 없는 것 같다"며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준다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용적률을 높인다고 해도 땅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아파트를 70~80층으로 짓지 않는 한 주택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재건축을 집값 안정 수단이 아닌, 주거 환경 개선 측면에서 접근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주택 소유자의 실거주 비율이 낮고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늦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심리가 강하다"며 "늘어나는 용적률의 상당 부분을 임대주택으로 회수하는 방안은 조합 입장에서 매력적인 카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