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CJ제일제당 미국법인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서 뉴욕을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냉동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었다. 중국·일본식 만두와 비교해 야채가 많이 들어간 한국식 만두는 미국에서 건강식으로 인식돼 최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 CJ 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를 찾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 3월 말에는 미국의 유명 셰프인 '조지 듀란'이 방송에 나와 부활절 특별 메뉴로 비비고 만두를 소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캘리포니아 플러턴과 뉴저지에 있는 주요 만두 생산공장 2곳을 2교대 근무에서 3교대 근무로 전환, 100% 가동에 들어갔다.
◇6년 반 만에 누적 10억 봉지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가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만두 종주국 중국에선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 냉동식품 부문에서 월간 판매실적 1위를 기록했고, 작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일본 매장의 만두 카테고리(종류)에서 단일 제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013년 첫 출시된 비비고 만두는 출시 6년 6개월여 만에 올 상반기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10억 봉지(용량 무관)를 돌파했다.
비비고 만두 10억봉 돌파는 국내 식품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문정훈(푸드비즈니스랩 소장) 서울대 교수는 "차별성이 거의 없고 부가가치도 낮았던 '냉동만두' 제품을 연구·개발(R&D)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든 게 성공 원인"이라며 "국내 식품산업도 과감한 투자를 하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50% 가까이 성장하며 3630억원 매출을 올려 국내 매출(3160억원)을 처음 추월했다.
올 상반기 매출도 미국이 한국 내 판매를 앞섰다. 작년 전 세계에서 약 8700억원 매출을 올린 비비고 만두는 올해 1조1400억원 매출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65%를 해외에서 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일본·유럽 '도장 깨기'식 공략
지난 4~5월 비비고 만두는 만두 종주국인 중국의 2위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 냉동 만두(교자·완탕) 카테고리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완차이 등 중국 기업이 만두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부터 온라인 사업팀을 만들어 이커머스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중국 냉동 만두가 쪄서 익히는 증숙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얼리는 반면, 비비고 만두는 미리 찌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다양한 조리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비비고 만두는 '얇은 피'와 '꽉 찬 속'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유지하면서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본에서 국물용 만두는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두피가 두꺼운 경우가 많다. CJ제일제당은 반죽 시간을 늘리고, 조리법에 맞게 재료의 배합을 달리해 피를 얇게 하면서도 터지지 않는 '비비고 수교자(물만두)'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유럽에선 김치·갈비 같은 한식(韓食)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육류를 사용한다. 문 교수는 "식품 산업에선 만두피 위쪽을 주름지게 접는 기술 같은 섬세한 부분이 성패를 가른다"며 "비비고 만두는 이런 부분에서 중국·일본 만두와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