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린 26일 잠실야구장, 2회말 무사 1루 타석에 들어선 두산 최주환이 큼지막한 타구를 날리자 경기장 전체가 '와' 소리로 뒤덮였다. 더그아웃에서 나오는 동료 선수의 환호나 녹음된 관중 소리가 아니라 진짜 두산 팬들이 내는 함성이었다. 공이 우측 담장을 넘어간 순간 이들은 일제히 일어나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두산과 LG 경기가 열린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야구팬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앉아 야구를 관람하고 있다.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이날 구장 수용 가능 인원의 10%인 약 240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내는 소리가 전부였던 야구장이 팬들의 생생한 함성과 열기로 가득 찼다. 이날 잠실·고척·수원구장은 정부 지침에 따라 온라인 예매를 통해 수용 인원의 10%까지 팬들을 받았다. 이날 평소보다 일찍 야구장을 찾았다는 LG 팬 이원배(24)씨는 "다른 관중 중 코로나 확진자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보다 직접 야구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컸다"고 했다. 열두 살 아들과 함께 잠실을 찾은 문상호(46)씨는 "작년까지 매주 오던 야구장인데도 간만에 오니 떨린다"며 "(두산) 유료 회원이라 한 시간 일찍 예매했는데도 표를 두 장밖에 구하지 못해 아내와 함께 오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해 팬들의 입장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LG의 4대3 역전승으로 끝난 경기는 마지막까지 팬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두산은 2-4로 뒤지던 9회말 1사 2루에서 호세 페르난데스의 적시타로 3-4, 1점 차로 추격했다. 1루 두산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하지만 오재일의 내야 안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대타로 등장한 오재원이 병살타를 때려 LG의 승리가 확정되자 LG 팬들의 함성이 대신 경기장을 뒤덮었다. LG 류중일 감독은 "먼저 마스크 쓰고 힘들게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팬들이 오신 첫날 승리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관중 허용 첫날 세 구장에선 한 칸 이상 간격을 두고 앉는 지침이 경기 초반에는 잘 지켜지다가 나중엔 거리가 좁혀졌고, 정해진 자리를 이탈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 직원에게 지적받는 일도 흔했다. 또 팬들이 응원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자제를 요청하는 안내 문구가 전광판에 뜨기도 했다.

KT는 수원 홈경기에서 선두 NC에 5대4로 역전승했다. 3-4로 뒤진 8회말 2사 2·3루에서 장성우가 2타점 역전 중전 적시타를 쳤다. 장성우는 "관중이 지켜보니 야구 할 맛 난다"고 말했다.

KIA와 삼성이 1980~1990년대 옛날 유니폼을 입고 치른 '88고속도로 시리즈'에선 KIA가 8대5로 승리했다. KIA는 4연승을 달리며 전날 꿰찬 3위 자리를 지켰다. 9위 SK는 최하위 한화를 7대4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