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한동훈 검사장 수사 중단·불기소를 권고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비난한 여권(與圈)을 향해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언유착' 프레임이 허구에 불과했다며 수사 방향을 '권·언유착'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자기들이 도입한 제도 '수술'하겠다고… 야바위판으로 바꾼다는 것"

진 전 교수는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당에서는 이제 와서 자기들이 도입한 그 제도(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수술'하겠다고 벼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요즘 민주당이 보여주는 행태의 전형"이라며 "자기들이 잘못한 것으로 드러나면 인정하는 대신에 아예 잘못의 기준을 바꾸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결코 잘못을 할 수 없으니, 잘못된 것은 자기들이 아니라 기준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수사심의위는 한동훈 검사나 이동재 기자의 요청으로 열린 게 아니라 감옥에 있는 이철(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요구로 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기들이 만든 제도를 자기들이 이용해 놓고서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룰을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수사심의위를 늘 자기들이 이기는 결과를 내놓는 야바위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이분들, 자꾸 잣대를 바꾼다"고 했다. 그는 "1446년 10월 26일 세종대왕께서 도량형을 통일했는데, 21세기 대한민국 집권여당에는 아직 도량형의 통일도 안 되어 있다"며 "들이대는 잣대가 매번 다르다. 자로 길이를 재는 게 아니라, 길이로 자를 잰다"고 꼬집었다.

앞서 25일 대검 수사심의위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하고 이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권고하자, 여권 인사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의 방패막이로 쓰이던 수사심의위도 이제는 근본적인 개혁으로 이어져야 할 듯"이라며 "미국 대배심처럼 하든 수술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도 페이스북에 "(수사심의위의) 목적과 역할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올렸다. 그는 "본래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남용을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해야 하지만 지금은 검찰이 부담되는 사건을 검찰 입맛대로 처리하거나 봐주기를 위한 면피용 기구가 돼 버렸다"고 했다.

◇"'검·언유착'은 허구… 검찰, '권·언유착' 수사해야"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게시글을 올려 "서울중앙지검은 '권·언유착'으로 수사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애초에 '검·언유착'의 프레임은 유시민의 피해망상과 최강욱의 거짓말이 빚어낸 허구에 불과했다"며 "그 사이에 밝혀진 것은 최강욱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 이 거짓말에 심지어 KBS와 MBC까지 동원됐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강욱의 '녹취록 요약'이라고 올려놓은 것은 완벽한 조작이었다"며 "비슷한 조작이 KBS의 왜곡보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KBS '9시 뉴스'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2월 한동훈 검사장과 부산고검에서 만나 나눈 대화 녹취록 내용을 취재했다며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이 녹취록 원문을 공개하며 부인하자, KBS는 다음 날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 방송을 했다.

앞서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이 전 기자와 이철 측 대리인 간 대화 녹취록의 요지라며 이 전 기자가 "이 대표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도 끝이다"라고 말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후 MBC 간부급 인사는 녹취록 전문을 읽어본 결과 "최 대표가 '사실 아니라도 좋다' 운운했다고 한 대목은 아예 없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서울중앙지검은 검언유착이라는 허구의 프레임이 어느 단위에서 날조됐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이들을 적발해 이들에게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의 검사들은 쪽팔린 줄을 알아야 한다"며 "스마트해야 할 검사들이 유치한 음모론에 빠져 뻘짓 한 것도 문제지만, 대한민국의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이 사기꾼에게 조롱이나 당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