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주와 도시들은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렸고, 월마트와 CVS 등 유통업체들도 상점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꺼리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선 마스크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두고 고민에 빠진 곳이 있다. 바로 은행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 시각) “은행이 독특한 코로나 문제에 직면했다. 이제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 은행들은 코로나 위협에 대한 최고의 방어책 중 하나인 마스크 착용이 은행 강도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금융감독기관의 고위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요구는 은행 강도 증가라는 실질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은행은 통상 지점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신상을 감출 수 있는 물품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마스크는 물론 후드티와 선글라스도 금지돼왔다. 리처드 헌트 미 소비자은행협회(CBA) 회장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모든 기업, 특히 은행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니 은행이 곤란해진 것이다.

실제 코로나 사태 이후 은행 강도 사건이 몇차례 발생한 바 있다. 텍사스 휴스턴의 한 은행을 찾은 남성은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채 ‘코로나로 인해 사업체 잃었다’는 쪽지를 은행원에게 건네 돈을 요구한 뒤 돈을 챙겨 달아났다. 플로리다에서도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강도가 은행에 나타났었다. 브라이언 브룩스 미 통화감사원장 대행은 지난달 미국 시장 협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얼굴을 가리는 것과 관련한 은행 강도 사건이 최근 여럿 보고됐다”며 “이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지난 8일 텍사스 휴스턴의 한 은행 지점에 침입한 강도의 모습.

이 같은 고민에도 업계 최대 단체인 미국은행협회(ABA)는 회원 은행사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요구했다. 롭 니콜스 ABA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최전선 은행 직원들의 안전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이 감염병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는 지난 13일부터 고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고, JP모건체이스는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각 지점의 현지 법규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