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증권거래세가 0.02%포인트 인하되고, 2023년 도입되는 주식 양도소득세 기본공제 금액은 5000만원으로 당초안보다 상향된다.

정부는 22일 세제발전심의원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금융세제 개선방안이 담긴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확정·발표했다. 개정안은 입법 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당초 정부는 세법 개정안 발표에 앞서 지난달 25일 주식양도 소득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주식 투자자 사이에 불만이 제기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보완을 지시하자 세 부담을 더욱 소수에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동력인 개인투자자들을 응원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 하는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며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했었다.

기획재정부

이에 따라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를 당초안보다 조금 앞당겨 2021년 0.02%포인트, 2023년 추가 0.08%포인트를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가 증권거래세는 폐지하지 않고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한다고 하자 ‘이중과세’라는 불만이 제기됐는데 이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주식 양도소득세 기본 공제금액도 당초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크게 올리고,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 발생하는 이익도 기본공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당초안에서는 공모 주식형 펀드에 대한 공제가 적어 주식형 공모 펀드 시장이 고사(枯死)될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손실공제 이월공제 기간도 당초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기도 당초 2022년에서 2023년으로 한 해 미뤘다. 과세방법도 월별 원천징수하려던 것을 “복리효과를 박탈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반기별 원천징수’로 바꿨다.

이와 같은 수정안이 실행되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통한 세수가 당초 정부 계획보다 줄고, 주식투자와 관련한 세부담이 일부 소수 투자자에 집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금융세제 개편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주식투자자 상위 5%가 실제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상위 2.5%만 세금을 내게 될 것으로 봤다. 홍남기 부총리는 “증권거래세와 함께 현재보다 8000억원 이상 세부담이 감소하게 되며, 상위 2.5%를 제외한 97.5%의 대부분 주식투자자는 현재와 같이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도 증권거래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 이중과세 논란, 과세 형평성 논란 등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연맹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에서,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20%로 돼 있는 세율을 낮추거나 당초대로 기본공제 2000만원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손실액 이월공제기간도 5년이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과 같이 무제한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