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서부 루츠크에서 13명의 승객이 탄 버스를 탈취해 인질극을 벌인 40대 남성이 투항하면서, 12시간 만에 사건이 종료됐다. 범인은 인질극 과정에서 경찰을 향해 2차례 총을 쏘기도 하고 수류탄도 던졌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은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라는 다소 기이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2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루츠크에서 벌어진 버스 인질극 장면. 파란색 버스가 막심 크리보슈가 탈취한 버스다. 사진 오른편 하단에 버스를 주시하는 진압 요원들이 보인다.

우크라이나 경찰과 아르센 아바코프 내무장관 등은 21일(현지 시각) 인질 13명이 모두 풀려났고 투항한 범인 막심 크리보슈(44)도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현지 방송이 생중계한 현장 화면에 따르면, 이날 저녁 크리보슈가 버스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진압요원들이 달려가 그를 제압했다. 당국은 "범인이 항복해 체포됐고, 모든 인질들은 풀려났다"고 밝혔고, 아바코프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풀려난 인질들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다"고 밝혔다.

크리보슈는 이날 오전 9시25분쯤 우크라이나 볼린주 루츠크에서 버스를 탈취해 승객 13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시작했다. 크리보슈는 수류탄과 총으로 무장한 상태였고, 버스와 시내 다른 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범인은 경찰이 버스로 접근하면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경찰을 향해 2차례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류탄은 불발됐다.

크리보슈는 경찰과의 협상에서 뚜렷한 요구 조건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법부와 정부기관, 검찰, 의회, 교회 등의 수장들에게 스스로 합법적 테러리스트라고 인정하는 발언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올릴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국가는 최고의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두 폭사시킬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2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루츠크에서 벌어진 버스 인질극의 용의자 막심 크리보슈가 체포되고 있다.


크리보슈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지난 2005년 개봉된 미국 영화 '지구생명체(Earthlings)'를 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라고 요구했다. 이 영화는 숀 몬슨 감독의 영화로, 영화 '조커'로 유명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해당 영화는 인간의 동물 학대를 다뤘다. 젤렌스키는 이 요구를 들어줬다. 크리보슈의 투항 1시간 전쯤 인질 3명이 먼저 풀려났는데, 이는 대통령이 범인의 요구를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밝혔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크리보슈가 러시아 출신 우크라이나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도와 사기, 불법무기 취급 등의 혐의로 과거 10년 간 복역한 바 있고, 복역 중에 국가 범죄에 대해 논하는 책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아바코프 장관은 크리보슈에 대해 "정신 이상 증세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크리보슈는 강제로 정신병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보슈의 주장과는 달리 시내 다른 곳에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다른 도시에 있던 공범 1명도 체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