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로고

음악 저작권 전쟁이 벌어졌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이 웨이브·왓챠와 같은 국내 유료 동영상 업체에 저작권료를 5배 올리라고 하자, 국내 3개 업체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음악 저작권 전쟁에 불을 붙인건, 미국 넷플릭스다. 넷플릭스가 음저협에 저작권 요율을 대폭 올려줬고, 이에 음저협이 국내 업체에 같은 요율을 요구한 것이다. 미국 넷플릭스와 경쟁 중인 국내 3사는 이미 적자인 상황에서 추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웨이브·왓챠·티빙 등 3사는 21일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의 명의로 음저협측에 ‘음악 저작권 공동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회는 최근 3사가 만든 단체다. 공문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저작권 보호 및 원활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음악권리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최대 이익을 실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3사가 같은 입장으로, 하나의 창구를 가지고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음저협 “넷플릭스는 2.5% 내는데, 웨이브는 0.56%만 낸다” 수정해야

현재 국내 업체들은 음저협에 매출의 0.56%를 저작권료로 지불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산식은 이렇다. 음악사용료율은 일단 매출의 2.5%인데, 여기에 음악전문방송물이 아닌 경우엔 50% 감액된다. 예컨대 음악 전문 방송은 그대로지만, 일반 드라마는 반만 받는 것이다. 또 VOD와 같이 방송한걸, 다시 저장했다가 내보내는 경우에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유료 동영상업체들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음악이 음저협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음저협의 이런 계산 몫에서 90%를 가져간다. 이게 0.56%다. 이런 산식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한 것이기도 하다.

음저협 측은 최근 국내 업체에 저작권 침해를 시정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한 상태다. 음저협의 주장은 2018년 넷플릭스와 계약을 했는데 이때 매출의 2.5%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웨이브와 같은 국내 업체도 넷플릭스와 같은 구조이니, 같은 저작권료를 받는게 맞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유료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거대 기업이다. 넷플릭스의 룰이 사실상 글로벌 룰이라는 음저협의 설명은 불합리적이라고 하기 힘들다. 글로벌 스텐다드가 있으니, 국내 룰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200억원대 적자 허덕이는 웨이브… 국내에서 넷플릭스서 밀릴 위기

이미 넷플릭스와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국내 토종 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몰릴 전망이다. 예컨대 ‘넷플릭스 대항마’를 표방해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함께 만든 웨이브는 작년에 매출 973억원에 212억원의 적자를 봤다.

SK텔레콤 측은 “당분간 적자를 감수하고, 콘텐츠 제작과 수급에 투자를 강행, 적어도 한국산 콘텐츠만은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연간 10조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하고, 이를 전세계에 공급하는 넷플릭스를 감당하긴 쉽지 않다. 이미 킹덤과 같은 국내 대형 제작 프로젝트는 자금력이 많은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