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베아트리스 공주 결혼사진. 왼쪽부터 필립 공,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베아트리스 공주, 공주의 남편 에도아르도 마펠리 모찌.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녀 베아트리스 공주가 17일 결혼식을 올린 가운데, 영국 왕실이 공개한 결혼식 사진에서 베아트리스 공주의 아버지 앤드루 왕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앤드루 왕자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왕실은 결혼식 직후와 19일 베아트리스 공주와 이탈리아 부동산 사업가 에도아르도 마펠리 모찌의 결혼식 장면을 담은 사진 4장을 차례로 공개했다. 3장의 사진은 신랑 신부의 모습만이 담겼는데, 나머지 1장의 사진에는 베아트리스 공주 부부와 여왕과 그의 남편 필립공이 함께 한 모습이 담겼다. 베아트리스 공주 부부가 정면을 응시하고, 여왕 부부가 그들을 따뜻한 미소를 띤 채 바라보는 장면이다.

베아트리스 공주의 아버지인 앤드루 왕자는 공개된 사진들 중 어느 것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영국 왕실의 결혼식에서 당사자의 부모가 공식 사진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8년 앤드루 왕자의 둘째 딸 유지니 공주가 결혼할 때는 그와 그의 전 아내 세라 퍼거슨, 여왕 부부와 함께 촬영한 사진이 배포됐다. 왕실 측은 앤드루 왕자가 결혼식에 참석해 베아트리스 공주의 팔짱을 끼고 식장에 입장했다고 밝혔다.

영국 앤드루 왕자.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 사건에 연루돼 현재 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앤드루 왕자는 2001~2002년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인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당시 10대) 등과 수차례 강제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그는 주프레를 만난 적도 없고 그와 주프레가 다정하게 찍힌 사진은 조작된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앤드루 왕자는 해당 의혹에 책임을 지고 왕실의 모든 공직 업무에서 물러났다.

베아트리스 공주의 공식 결혼 사진에서 앤드루 왕자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베아트리스 공주 부부의 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앤드루 왕자가 왕실의 역사에서 지워졌다”고 했고, 인디펜던트는 “결혼식이 고인이 된 미국 성범죄자와 앤드루 왕자의 우정을 둘러싼 의문들로 빛이 바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