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벤 길마

아프리카 난민의 딸로 시청각 장애를 지닌 하벤 길마는 하버드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최초의 중복장애인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이기고 한계를 극복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고립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과 만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자를 점자로 변환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하벤 길마는 장애를 혁신으로 나아갈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벤 길마 지음, 알파미디어, 1만6000원.

모든 것의 처음

냉장고, 청바지부터 피임법과 성형수술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을 이루는 만물의 탄생 순간을 소개한다. 전쟁과 평화, 문화와 스포츠 같은 추상적 분야도 등장해 각 주제에 속한 물건이나 개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망라해 보여준다. 7세기 이슬람 사회에도 사회보장제도가 존재했다거나, 최초의 신장 투석기가 깡통과 세탁기의 부속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등 상식을 뒤엎는 사례들이 흥미롭다. 스튜어트 로스 지음, 홍시, 1만5800원.

가루전쟁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6가지의 가루를 차지하기 위해 인류가 얼마나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는지, 세계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소개한다. 예컨대 후추에 열광한 유럽인들이 동방으로 함대를 보내면서 대항해시대가 열렸고, 십자군 전쟁 이후 중동을 빼앗긴 유럽인들이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흑인 노예들을 카리브해로 보내기 시작한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도현신 지음, 이다북스, 1만6000원.

서양의 개벽사상가 D.H.로런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쓴 영국 소설가·시인 D.H.로런스(1885~1930)를 19세기 한반도에서 기원한 사상인 '후천 개벽'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주로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의 사상에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1972년 하버드대에서 D.H.로런스 연구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백 교수가 평생 화두로 삼았던 로런스를 통해 개벽사상과 문명대전환의 길을 모색한다. 창비, 2만8000원.

소설 송설당

근대 육영사업가로 김천고를 설립하고 문학 작품 300여 편을 남긴 최송설당(1855~ 1939)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송설당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보모상궁 출신. 궁을 나온 뒤 엄 귀비로부터 받은 재산을 잘 관리했고, 말년에 김천고등보통학교를 세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학교 설립 후 민족 교육에 헌신해 독립운동의 산실로 만든 송설당의 삶을 자세히 서술한다. 최동현 지음, 예지,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