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수 Books팀장

책 안 읽는 시대에 책에 대해 쓴 책을 누가 읽을까요.

17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를 쓴 기시미 이치로(64)가 책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인플루엔셜). 그는 "책을 읽는다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 자신은 책 읽는 기쁨과 즐거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음으로써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진심일까요?

5년 전 그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한심할 정도로 정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교토 외곽 시골 마을 작은 아파트에 사는 그의 집필 공간은 서너 사람 앉으면 꽉 찰 정도의 소박한 방이더군요. 책이 촘촘히 꽂혀 있는 서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을 읽으니 행복하다"는 말은 분명 진심이라고 느낍니다. 이번 책에서도 한심할 정도로 정직하게 썼네요. "사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는 행복이다. 독서도 그렇다. 그저 즐겁게 읽으면 그것이 행복한 것이다."

책에 대한 책은 나름 효용이 있습니다. 우리 같은 '속물'에게 특히 긴요합니다. 이를테면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기시미 책에 나온 얘기로 아는 체할 수 있으니까요. 일흔 살 소크라테스는 재판소 젊은 배심원에게 "내 말투가 별로일 수 있겠지만, 그건 문제 삼지 말고 내가 하는 말이 옳은지 그른지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해주게"라고 했다네요. 결국 사형을 받았지요. '음, 역시 말투가 중요하군' 하고 기억해두었다가 훗날 써먹으렵니다.

독서의 기쁨을 말하는 기시미 선생이 혀를 끌끌 차겠네요. 소설가 김연수 책을 읽으며 요즘 한국어 공부를 하신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