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가 7월 홈런 7개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 그의 뒷모습이 늠름하다.

우타자 한동희(21·롯데)는 올 시즌 좌투수에게 유독 강하다. 타율 0.464에 OPS는 1.372에 달한다. 홈런은 3개를 쳤고, 7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리그에 좌투수가 적기 때문에 좌투수 상대로는 34타석밖에 들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한동희가 이정후나 강백호와 같은 좌타자였다면 훨씬 기록이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통 좌타자들이 우투수에 강한데 리그엔 우투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기록이 향상됐을 것이란 얘기다.

한동희는 이번 시즌 우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0.208, OPS 0.640에 그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한동희는 16일 LG전에서 우투수를 상대로 2개의 안타를 쳤다. 특히 8-10으로 뒤진 6회말엔 LG의 오른손 구원 투수 여건욱의 직구를 받아쳐 3점 역전포를 터뜨렸다. 올 시즌 오른손 투수에게 뽑아낸 6번째 홈런이었다. 데뷔 후 처음 2번 타자로 나선 한동희는 이날 맹활약하며 ‘강한 2번’으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타구 방향도 아름답다. 한동희는 이번 시즌 9개의 홈런 중 밀어서 우측 담장을 넘긴 것이 4개, 당겨쳐서 좌측 담장을 넘긴 것이 3개다. 2개는 중앙 펜스를 넘겼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한동희가 이렇게 잠재력을 폭발시킬 줄은 몰랐다. 한동희의 별명은 ‘리틀 이대호’. 2018년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한동희는 팀 선배인 이대호의 뒤를 이을 미래의 거포로 주목받았다. 롯데는 3루수가 주 포지션인 한동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FA 황재균(KT)을 굳이 잡지 않았고, 전병우는 키움으로 트레이드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성장이 더뎠다. 2018시즌 타율 0.232, 25타점(4홈런), 2019시즌 타율 0.203, 9타점(2홈런)으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동갑내기 강백호(KT)가 첫해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을 본 롯데 팬들은 마음이 쓰렸다.

한동희는 올해도 6월까지 타율 0.228, 10타점(2홈런)으로 부진했다. 그럼에도 허문회 감독은 한동희를 꾸준하게 기용했다. 그러자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3루 수비에서 안정을 찾았고, 7월 들어서는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한동희는 7월에만 홈런 7개를 때렸고, 17타점을 쓸어 담았다. 이번 달만 따지면 홈런 1위. 이대호와 전준우, 손아섭, 민병헌 등 베테랑들이 즐비한 롯데 타선에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 팬들은 “드디어 한동희가 터졌다. 우리도 젊은 거포가 있다”며 감격하는 분위기다.

최근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는 롯데는 민병헌과 안치홍 등 일부 베테랑 선수들의 타격 부진이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피’ 한동희가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롯데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7월 최고의 선수 한동희의 활약에 롯데 팬들은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