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대법원이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원심(原審)을 파기하면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되자 민주당에서는 “역시 생존력 갑(甲) 이재명” “오뚜기도 이재명 앞에서는 명함을 못 내밀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에 이 지사만큼 온갖 사건·사고, 구설에 시달린 정치인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며 “이 지사는 늘 아슬아슬 줄을 타는 듯 하면서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 전에도 수차례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경쟁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 친문(親文) 지지자들로부터 대표적 반문(反文) 인사로 ‘찍혔다’. 당시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이 수차례 정치적 입장과 태도를 바꿨다고 지적했고, 문 대통령이 과거 ‘전두환 표창’을 받은 것도 사과하라고 했다.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가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이 지사와 친문의 대립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폭발했다. 이 지사는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과 경쟁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른바 ‘혜경궁 김씨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친문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주인이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라고 주장하며 ‘후보 사퇴’와 ‘출당’을 요구했다. 하지만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이 지사는 경선에서 전해철 의원을, 본선에서는 새누리당 현직 지사였던 남경필 후보를 꺾고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이 지사는 배우 김부선씨와 사귀었다는 의혹으로도 곤욕을 치렀다. 기혼인 이 지사가 김씨와 교제했다는 의혹은 2010년 11월 처음 제기됐고, 이 지사는 “김씨는 허언증”이라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 지사가 2018년 경기지사에 출마하자 야당 후보들이 다시 이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나섰다. 급기야 선거일을 이틀 앞두고 김씨가 KBS 뉴스에 출연해 “더 이상 숨길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 (교제 사실이) 거짓이면 저는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새로운 내용도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모든 기득권 세력이 연합해 더러운 수단까지 동원해 이재명 제거를 위한 공세에 나섰지만, 저급한 총공세는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배우 김부선씨

김씨와의 교제 의혹은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후에도 계속됐다. 하지만 이 지사는 결국 이 의혹도 잠재웠다. 김씨가 “이 지사의 신체 은밀한 부위에 큰 점이 있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이 지사가 자진해서 신체 검증을 받은 것이다. 아주대병원에서 이뤄진 신체 검증에서 ‘큰 점’이나 ‘점을 제거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강용석 변호사는 신체 검증 직후 “점은 저희가 가진 증거 중 빙산의 일‘점’에 불과하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 지사의 셀프 신체 검증 이후 의혹의 파급력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이 지사는 2심 판결이 이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면 경기지사직을 잃고 대선 출마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을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의 ‘기본소득 논쟁’에서 보이듯 이 지사는 의제를 설정하고 끌고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재판의 굴레에서 벗어난 이 지사가 뛰기 시작하면 현재의 ‘이낙연 독주’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