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 조작만으로 경사로를 내려가다가 사고가 나면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을까?
이런 경우 운전자에게 형사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황순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왕모(3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두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한 1심을 깨고, 음주운전 혐의에만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형량은 벌금 10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줄었다.
왕씨는 2017년 7월 서울 마포구 한 경사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후진하다 뒤에 정차해있던 택시와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택시기사 A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술을 마신 왕씨는 음주운전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지인에게 운전을 맡겼다가 차량이 뒤로 밀리자 다시 차에 탔다. 왕씨는 시동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했고, 차량이 뒤로 밀리며 뒤에 정차해있던 택시와 부딪힌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위험운전치상을 유죄로 인정하려면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한 점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차량 엔진 시동이 걸려 있지 않은 점을 들어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동이 켜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브레이크 페달 조작한 것을 ‘운전’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원심 판결에서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었다”며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