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시장) 피해 호소인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한 사실이 없습니다.'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날 일부 언론이 박 전 시장의 고소인 A씨가 '성추행 관련 인권침해 조사를 해 달라'며 지난 7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는 보도를 하자, 인권위가 직접 'A씨가 진정을 낸 사실이 없다'고 공지한 것이다. 인권위는 이 게시물에서 A씨를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으로 칭했다.

청와대·여당이 잇달아 고소인 A씨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는 가운데, 인권위도 이 같은 용어를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피해 호소인’은 피해자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표현으로, 인권 업무를 담당하는 인권위가 고민없이 이런 용어를 사용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런 지적은 인권위 내부에서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최영애 인권위원장의 눈치를 보는 것이냐"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인권위원장은 박 전 시장이 제36대 서울시장을 지내던 2016년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런데 다음날인 15일 오후 3시 30분쯤 "고소인 A씨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2차 가해'"라며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해 달라는 진정이 인권위에 접수됐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이런 용어를 사용했다며 진정을 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A씨를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으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A씨를 '피해 호소인'으로 불렀다.

그러자 인권위는 1시간 여 뒤 '피해 호소인'이라는 문구를 '피해자'로 수정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오보를 바로잡으려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다 보니 ('피해 호소인' 용어가) 적시됐고, 다음날 용어를 바꾼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고소인 A씨를 잇달아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고 있다. 박 시장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고소인을 아직 ‘피해자’라고 부를 수 없다는 논리다.

새로운 용어도 등장했다. 15일 이낙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특히 피해를 하소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절규를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피해 고소인’이라는 용어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