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늙은 용사는 누구였던가? 우리의 아버지들이 벙커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때 그는 밤새 그 주위를 지켰다. 그가 다시 모습을 보이는 건 미래의 일일지 모른다. 암흑의 시대이고 역경과 위급의 때일 것이다. 국가의 폭정이 우리를 압박하거나 침략자들의 발이 국토를 더럽히는 일이 있으면 그는 또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가 바로 이 나라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너새니얼 호손 '늙은 용사' 중에서. 너새니얼 호손이 1835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늙은 용사'는 나라가 절체절명 위기에 빠져 있을 때마다 반드시 나타난다는 전설적 백발 용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이 독립하기 전, 영국에서 파견된 총독의 폭압을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다. 분산된 힘을 하나로 엮을 지도자가 없던 군중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자신들을 이끌어줄 영웅이 나타나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그때 백발 노인이 총독과 군대를 막아서며 멈추라, 호령했다. 당당한 풍모와 매서운 눈빛에 총독조차 오금이 저렸다. 더구나 "총독은 과거의 이름. 오늘로 너의 권력은 끝나리라"는 예언이 불길했는지 결국 병사들을 물렸다. 거짓말처럼 다음 날, 영국의 새 왕이 즉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정세가 바뀌자 총독과 측근들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자유를 되찾은 시민 중 백발의 용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그를 본 사람도 없었다. 오래전 왕에게 진언하다 미움받아 희생된 충신의 화신이며, 나라가 폭정에 시달리거나 전쟁으로 환란에 빠질 때, 후손들이 옳지 않은 일을 벌일 때면 나타나 바로잡아 준다는 전설이 대신 생겨났다.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거든 나를 쏘라”며 두려움에 빠진 병사들을 격려하여 적진으로 돌격, 낙동강 전선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구한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이 지난 10일,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두려움을 떨치고 앞장선 영웅들이 지켜낸 것이 자유다. 그들을 전설로 살려내고 기억하는 것, 자유를 누린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