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13일 박 시장이 신체 접촉 외에도 A씨에게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음란한 문자와 사진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범행했다고 밝혔다.

A씨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소 경위와 진행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또 A씨가 비서직을 그만두고 나서도 이 같은 피해가 지속됐다고 했다.

◇시간 지나면 대화 자동 삭제…"텔레그램 비밀 대화로 성추행"

김 변호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문자와 사진을 보낸 것이 범행 방법의 하나였다며 "(박 시장이) 피해자를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고 속옷만 입고 찍은 사진을 보내는 등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은 모든 내용을 암호화하는 기술이 적용돼 주고받은 메시지가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화 내용이 자동으로 지워지도록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김지은씨 역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안 전 지사와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당시 방송에서 “(안희정) 지사님이 저한테 (사적으로) 했던 말, 비밀 텔레그램들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우보 지사님’으로 저장된 안 전 지사가 성폭행 후 텔레그램 비밀 대화에서 "다 잊어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피해자 김지은씨에게 '텔레그램'대화방을 통해 '괘념치 말거라' 등의 문자를 보낸 장면. 공개된 두 사람의 텔레그램 대화는 '비밀모드'가 아닌 '일반모드'에서 이뤄져 화면 캡처가 가능했다.

◇늦은 밤 텔레그램 '비밀 대화' 초대…비서 그만두고 나서도 이어져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을 지난 8일 성폭력특례법 위반으로 고소했고, 관련 증거로 피해자의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을 고소하면서 관련 증거로 피해자의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소인(박 시장)이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올해 2월 6일 심야에 (텔레그램) 비밀 대화에 초대한 증거도 제출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2020년 2월 6일은 비서로 근무하지 않고 전보 발령나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며 "비서실에서 근무하지도 않는 피해자에게 텔레그램으로 비밀대화를 요구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시점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당시 비밀 대화방 초대 화면을 증거로 공개했다. 이는 휴대전화 화면을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화면 상단에 떠 있는 대화 상대의 이름이 '시장님'으로 등록된 것을 볼 수 있다. 박 시장의 모습이 담긴 프로필 사진도 보인다.

대화창 중앙에는 '시장님 님이 나를 비밀 대화에 초대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비밀 대화는 "서버에 어떤 흔적도 남지 않습니다" "자동삭제 타이머가 있습니다" "전달 기능이 허용되지 않습니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늦은 시간 친구들과 있을 때도 문자 왔다… 문자 본 친구도 있어”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박 시장으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문자와 사진에 대한 괴로움을 다수의 지인에게 지속적으로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늦은 시간 친구들과 있을 때 이런 문자가 오기도 했기 때문에, 그 문자를 본 친구들도 있다"며 "함께 있을 때 받은 문자를 친한 친구가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들뿐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와 동료 공무원에게도 텔레그램 문자와 사진을 보여주며 피해를 호소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또 "성적 괴롭힘에 대해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며 (텔레그램 메시지를) 언급한 적도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8일 오후 4시30분쯤 박 시장을 성폭력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 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 추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으며, 이튿날 오전 2시 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을 마쳤다고 밝혔다.

A씨 측은 박 시장의 성추행이 4년간 계속됐으며, 심지어 성추문으로 물러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이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