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보〉(46~61)=신민준 입장에서 지난 3월 열렸던 바둑리그 우승 결정전은 기념비적인 무대였다. 번번이 열패감을 안겨주던 한 살 아래 신진서에게 승리, 소속 팀 우승과 함께 MVP에 뽑혔기 때문. 신진서의 28연승 행진을 멈추게 한 그는 8일 후 열린 맥심배서 또 한 번 승리했다. 아직도 6승 19패로 한참 더 쫓아가야 하지만 자신감을 크게 회복한 눈치다.

흑이 ▲로 끊어가면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난전이 본격화된다. 46 이하 51까지는 백의 권리. 선수로 약점을 보강한 뒤 흑 ▲ 한 점과 ■ 3점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선전포고다. 52로는 참고 1도 1에 뛰어 ■ 3점을 포획하는 작전도 유력했다. 다만 왕위안쥔은 4, 6으로 흑의 자세가 좋아지는 것을 꺼린 것으로 추측된다.

52로 몰면 60까지는 쌍방 모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외길 진행. 이것으로도 흑 ■ 3점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중앙 쪽 백돌들이 어지러워졌다. 흑 61도 고민 끝에 택한 점. 형태상으론 참고 2도 1의 붙임이 그럴 듯하지만, 백은 2점을 버리고 6까지 날씬하게 정비하는 수단이 있다. 흑백의 돌들이 회오리바람처럼 맞물며 돌면서 이전투구를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