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25 전쟁 영웅’이자 선배 외교관인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빈소를 찾지 않고 있다. 백 장군은 지난 10일 밤 11시쯤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12일 오후 12시쯤 ‘강 장관의 고(故) 백선엽 장군 조문 일정’을 묻는 본지 질의에 “공식적으로 현재까지 나온 것은 없다”고 했다. 백 장군 빈소에 강 장관이 조화 또는 조전을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1961년 6월 30일자 조간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에 '주중최용덕씨(駐中崔用德氏), 주불백선엽씨(駐佛白善燁氏), 양대사임명(兩大使任命)'이라고 쓰여 있다. 백선엽 장군은 중화민국주답특명전권대사를 역임한 데 이어 1961년 6월 29일 프랑스 주재 특명전권대사로 임명됐다.

일각에선 강 장관이 이틀이 되도록 백 장군 빈소를 찾지 않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백 장군은 6·25 전쟁영웅일 뿐만 아니라 현대 한·미 동맹의 초석을 놓은 대한민국 대미 외교의 산 증인이자, 주(駐)프랑스·캐나다 대사를 지낸 선배 외교관이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빈소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헌화를 위해 국화꽃을 전달받고 있다.
2018년 11월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주한미군이 주관한 백선엽 예비역(왼쪽 둘째) 대장 생일파티에서 해리 해리스(오른쪽) 주한 미 대사가 무릎을 꿇고 맞이하고 있다.

역대 신임 주한 미국 대사들이 서울에 부임하면 백 장군을 반드시 예방했던 것도 그가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백 장군 별세 이튿날(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그의 빈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뒤 해리스 대사는 백 장군의 부인 노인숙 여사를 만나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사진은 해리스 대사가 2018년 11월 21일 백 장군의 백수(白壽) 축하 생일 때 그가 백 장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예를 다해 축하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강 장관은 백 장군의 빈소를 찾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조문 첫날인 지난 10일 빈소를 찾았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한남동 장관 공관에서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아랍에미리트)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마치자마자 관용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박 시장 빈소를 찾았다.